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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파트너 … 사람에 집중하라" 창업 1년 새 업계 1위 만든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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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일 ‘창업기업가 사관학교(IEA)’ 1기생 졸업식에서 멘토(앞에서 둘째 줄 왼쪽부터 서영길 IGM 원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노학영 리노스 대표, 전성철 IGM 회장, 송자 IEA 총장, 김한옥 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양정규 아주IB투자 대표)와 졸업생이 포즈를 취했다. [김성룡 기자]

창업률 81.5%, 재학 중 투자유치액 38억원. 지난해 3월 출범한 ‘창업기업가 사관학교(IEA)’ 1기 졸업생 27명이 336일 만에 거둬낸 성과다.

 ‘한국 첫 창업생태계 조성 실험’인 IEA는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이 초대 총장을 맡고 쟁쟁한 벤처창업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멘토로 나섰다. 저명 멘토의 수업, 수업료 2000만원 전액 지원, 1인당 투자금 500만원 이상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에 19~83세 지원자 417명이 몰려들었다. 경쟁률 10.4대 1을 뚫고 전직 대기업 부회장, 의사·치과의사, 대학생 등 다양한 이력의 20~60대 예비·새내기 창업가 40명이 선발됐다.

"가치있는 일하면 돈은 따라온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IEA ‘생도’들은 훌쩍 성장했다. “기업가는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돈은 그 결과일 뿐” “세상에 필요하고 고객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아라”는 IEA 특유의 ‘기업가 정신’ 강조 교육은 이들의 사업 행태까지 바꿨다. 과일즙 업체를 운영하던 손종수(33) 아이케어헬스 대표는 ‘주문형 스마트폰 케이스 부문 1위 업체, 디자인메이커 대표’라는 직함을 추가했다. ‘아이 사진과 내 별명을 케이스에 넣어달라’는 식의 일대일 맞춤형 주문 업체다. 지난해 8월 설립했는데 두 달 만에 업계 1위가 됐다. 매달 매출이 두 배씩 늘더니 어느덧 과일즙 매출과 맞먹는다. SK·BMW·키플링 등 대기업도 회사 로고와 고객 이름이 들어간 홍보용 제품을 주문했다. 올 하반기부터 싱가포르·일본 등에도 판매한다.

 모바일 판매가 매출의 절반이다. 손 대표는 “백화점·홈쇼핑 위주로 사업을 하던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기존의 과일즙 사업도 온라인 위주로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뭘 원할까’를 고민하면서 떠올린 ‘나만의 스마트폰 케이스’ 아이디어는 “이런 제품을 개발해줘 정말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기쁨을 알게 해줬다. 처음엔 원래 하던 사업과 너무 달라 고민도 했었다. IEA 멘토 교수 중 패션과 통신 산업을 함께하는 리노스 노학영 대표가 “이질적인 아이템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격려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고 조언했다. 손 대표가 디자이너·화가 등 저작권 파트너에게 ‘뽀로로’가 통상 받는 저작권료보다도 두 배 이상 지급하는 까닭이다. 박병무 보고펀드 대표는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면 그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된다”고 깨우쳐줬다.

 정세영(42) 엔트리움 대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첨단 디스플레이 소재를 납품 준비 중이다. KOTRA의 지원을 받아 올해 미국에 법인도 세운다. 이미 개인·기관투자가로부터 10억7000만원을 유치했다.

“먼저 감동주고 협상하는 법 배워”

정 대표는 “형편이 넉넉한 지인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하려 했는데 ‘회사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로부터 소액이라도 투자를 받으라’고 말린 멘토(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의 조언을 따른 것이 결국 더 큰 투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로 삼성전자 수석연구원(부장) 출신인 그는 “기술과 자금만 확보되면 쉽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기업의 가치관을 먼저 세우는 것,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협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송자 “한국 첫 벤처 생태계 완성”

정 대표의 회사에 들어서면 ‘인간제일’ ‘열정과 행동’ ‘정직과 신뢰’ ‘즐겁고 창조적인 일터’라는 문구가 LED 조명을 받아 번쩍인다. 그는 “이 네 가지 원칙을 내세워 모든 의사 결정을 하니 직원들 불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우주인 최종 후보 10인’이자 의사 출신인 류정원(41) 힐세리온 대표는 소프트뱅크·길병원 등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그는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해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류 대표는 36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을 때 받은 우주인 인형을 내보이며 “창업 성공률 3%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자 IEA 총장은 “예비 창업가들이 선배 창업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며 “한국 첫 벤처 생태계가 완성돼 큰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장충동 세계경영연구원(IGM)에서 열린 IEA 졸업식. 빨간 나비넥타이와 초록색 목도리를 맞춰 입은 24세부터 63세의 남녀 졸업생이 “둠두두둠~아임 베깅 유 포 머시~(당신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애걸해요~)” “머시!(Mercy! 자비를!)”하고 열창했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1차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자축하는 동시에 새내기 창업가에 대한 지원을 간청하는 노래가 졸업식장에 퍼져나갔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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