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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기구의 획기적인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임 박 내무는 제30대 치안국장에 박현식 예비역 중장을, 서울시 시경국장에 이종학 예비역 대령을 각각 임명하였다. 김 총리는 이들의 취임신고식에서 경찰기구의 획기적인 강화를 실현시켜줄 뜻을 밝혔으며, 박 내무는 이를 위해 치안국장을 차관급으로 대우하겠다고 말하였다. 이로써 경찰기능의 근본적인 강화와 경찰청의 독립 등 그 조직체계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원 실현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8·15 저격사건에서 역력히 드러난 바와 같이 경찰은 나라안 치안·경비 등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으나 실은 현장책임을 질뿐 실질적인 경호라든가 수사에는 손을 못 대고 그 임무를 다른 별개의 기관원들에게 일임하다시피 해 왔다. 따라서 경찰은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이거나 조금만 권세가 있는 귀빈들에게는 몸 검색조차 옳게 하지 못한 채 이번과 같은 사건을 저지르게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경찰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된 이유는 경찰의 직급이 낮고 경찰에 대한 지휘계통이 다기적이며 인사·승진 등에 있어 여러 가지 줄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호상에 있어서는 경호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며, 수사에 있어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조장행정에 있어서는 도지사나 산림청 등의 지시까지 받아야하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협조사항이라 하여 동 행정 읍·면 행정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경찰당국은 이러한 현실 하에서는 경찰의 소임을 다할 수 없다고 하여 ①경찰청의 독립 ②경찰인사의 독립 ③수사의 독립 등을 주장해 왔는데 이것은 이제까지 마이동풍 격이었다. 민주당 정권 때에는 행정각부에 관한 법률에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에 필요한 기구에 관한 규정을 두도록 하여 공안위원회라든가, 경찰청의 독립을 가능하게 했으나 그 뒤에는 경찰이 내무행정의 수행상 필요하다는 견지아래 경찰청의 독립에 관한 논의는 거의 무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5·16 이후에 경찰독립에 관한 논의가 별로 없었던 것은 대공수사기관이 독립되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 동안 경찰이 가지고 있었던 대공수사·사찰업무기구가 독립되었기 때문에 경찰은 내무행정의 조장기관으로 편입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결과 경찰은 일반범죄 수사에도 열의를 잃고 행정경찰 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따라서 경찰관 인사도 내무부장관에 의하여 주로 정치적으로 행해지게 되었고, 치안국장이나 경찰 최고간부까지도 도지사로의 승진이나 내무관료로의 전보승진만을 꿈꾸는 타성에 젖어 왔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찰의 행정 시녀화에 따라 경찰의 수사능력이라든가 방범능력은 점차로 저하되고 예산상 뒷받침도 따라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번에 박현식 예비역 중장의 국장취임을 계기로 경찰의 지위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중장직급은 장·차관급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일개 국장이라고는 하나 그 비중은 크게 달라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 두 사람의 경찰직급을 높였다해서 경찰기능이 근본적으로 강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경찰은 치안국장의 지위를 높인 것 이외에도 부국장 등 치안감을 1급으로 올리며, 시·도경 국장 등은 2급 갑으로 직급을 조정하고 경감 등도 3급 을 정도로 승급시켜야 할 것이나, 경찰청으로서의 독립문제는 내무행정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경찰의 사기진작과 경찰 공무원들의 생활안정은 초미의 급선무라고 하겠다. 경장·순경 등의 직급도 올려주면서 이들 하급 경찰관에게는 야간근무수당·초과근무수당이나마 제대로 지급하여 생활급을 지급하도록 해야할 것이요, 이들에게 어떤 기관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검문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여 경관의 사기를 앙양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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