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뿜는 신민 전당대회장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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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정보다 40분 늦게 개막|자파 의원들 박수 속 입장>
○…2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신민당 전당대회는 각 후보 운동원과 대의원들의 대회장입장이 늦어져 9시 예정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대회장에는 김의택씨에 이어 고흥문 김영삼 이철승 정해영 후보가 자파 대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
대회가 시작되기까지 각파 운동원들은 대의원들에게 득표인사를 하기에 바빴으며 21일 제휴를 약속한 진산계와 신도환계 사람들의 접촉이 잦았다.
진산계의 이민우 총무와 신 총장은 남보다 일찍 대회장에 나와 1, 2층을 돌며 대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회 무드는 비교적 차분|통일당·무소속회서 화환>
전당대회장인 예술극장은 정문에 신민당 임시전당대회라는 간판이 나붙고 경찰차 2대와 교통순경이 나와 교통정리를 했을 뿐 대회 「무드」는 비교적 차분했다.
대회장 내부 단상에는 『수권정당으로 전진하여 민권투쟁에 전위가 되자』는 구호가 장식됐고 공화당·유정회 및 양일동 통일당 당수·무소속회와 회장인 김재광씨 등이 화환을 보내왔다.
대회장 단상에는 5명의 후보와 부총재·이상철 고문·정일형 전 고문·당직자·전당대회의장단 등이 자리를 잡았다. 대의원석은 1층이 중앙당 및 서울·부산, 2층이 기타 지방 대의원에게 배점됐는데 냉방시설이 안돼 단상단하에서는 모두들 당에서 마련해준 부채로 더위를 달랬다.
2층 내빈석에는 주한 미 대사관의 「보드먼」 2등 서기관이 나와 오세응·엄영달 의원에게 『신문을 봐서는 전망이 서지 않는데 어떻게 되는가』고 묻기도 했으며 당헌개정안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5후보는 무대 뒤로 가 전당대회 의장 선출에 관해 막후조정을 벌였다.

<대회 의장 인선 절충에 성공|동분서주…마지막 표 점검>
○…이날 대회에 첫 선거인 전당대회 의장 선거는 김의택·이철승씨가 권중돈씨 유임을, 정해영·김영삼·고흥문씨가 이충환씨를 밀어 막후 절충 끝에 표 대결 없이 이씨로 낙착.
이씨 추천은 김·고씨가 21일 저녁 S「클럽」에서 김형일씨 입해 하에 2차 투표 이후의 제휴를 모색하는 자리에서 약속돼 22일 아침 정씨와도 합의한 것.
당헌개정안이 심의되는 동안 무대 뒤에서 절충을 벌인 5후보간에는 자기의견을 고집, 타협이 되지 못하고 이어 열린 후보참모간 회의에서 견지동우회의 유치송 의원이 권씨 유임주장을 철회, 이씨로 낙착됐다.
총재투표에 들어가 단상에 투표장이 마련되자 후보들은 1층 맨 앞줄에 내려와 초조한 표정으로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투개표상황을 지켜봤고 후보 운동원들은 각 도별로 대의원자리를 찾아다니며 마지막 점검에 바빴다.

<득표전으로 지새운 전야|주장·반박 비라전도 활발>
○…전당대회 전날 밤 5명의 당권경쟁자들은 득표전의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정해영씨는 21일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혜화동 자택에서 약 4백 명의 대의원을 만났으며 다른 후보들은 후보간 합의에 묶여 본인은 나서지 않고 조직요원을 총동원, 맹렬한 득표활동을 폈다. 이래서 이날 밤은 각파 본부가 텅 비었다.
김의택씨는 견지동 사무실에서 대의원을 만난 후 당사에 나와 당 대회 치사를 손질했고 김영삼씨는 몇 몇 타 후보 지지의원을 만난 후 밤늦게 광화문 사무실을 지켰으며 고흥문씨는 저녁 후 목욕까지 마친 뒤 「그랜드·호텔」 사무실에서 대의원과 접촉. 이철승씨는지지 뜻을 밝힌 김원만 박한상 이택돈 의원과 부동층 흡수전략을 숙의했다.
각도별로 중앙당에서 배정한 여관에 투숙한 대의원들은 초저녁엔 중앙당의 감시가 철저한 듯 하더니 『저녁은 먹어야 할 것 아니냐』 『친척을 만나야겠다』는 식으로 빠져나가 밤 11시까지 숙소가 거의 텅 빈 상태. 이들은 대개 지구당위원장이나 각파 조직요원들로부터 도심을 벗어난 음식점에서 향응을 받았다. 모 후보측은 서울야경을 보자고 남산 팔각정과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진출.
김영삼씨 측은 김영삼 최형우 김동영 문부식 의원 부인이 대의원 숙소를 순방, 들어가지는 않고 문밖에서 한 표를 부탁하기도.
각파의 대의원 동원체제도 대단해 일본에 장기체류중인 한 진산계 대의원은 이날 저녁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견지동 사무실로 직행.
한편 「비라」전도 치열해 김영삼씨 측과 이철승씨 측이 중도파의원들의 향배를 놓고 주장·반박·재반박 유인물을 대의원 숙소에 두 시간 간격으로 뿌렸다.

<당수 권한 싸고 열띤 논쟁|"투표용지 사용은 말안돼">
○…전당대회에 앞서 21일 하오에 열린 중앙상위는 당헌개정안과 당규를 놓고 열띤 논쟁.
A 대의원은 『새 당헌이 당수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당원들의 여론에 역행하여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 『국민학교만 나온 사람이라도 민주당헌이라고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고 B 대의원은 『정무위원을 당수가 지명할 것이 아니라 우리 중앙상위에서 뽑도록 하자』고 열변.
당헌을 기초한 이충환 의원이 『서구와 일본에서는 당수만 선출하고 나머지는 다 맡기는 것이 통례』라고 설명하자 상무위원 수를 종전의 3백 명에서 2백 명으로 줄인 것만 백지화하는 선에서 대의원들은 후퇴.
이번 대회부터 당수후보 등록제가 당규로 정해져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게된 데 대해 김응주 박영록씨 등이 『피선거권의 제약』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동안 뒷좌석에서 『김대중씨 표가 나올까 봐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중얼거림이 있었으나 이 제도를 제안했던 김수한 의원은 『과거에 암호투표가 있었던 것을 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 우물우물 넘어가고 말았다.

<대회경비 모두 8백만 원|당수후보들이 각 백만 원>
○…이번 신민당 전당대회 경비는 약 8백만 원. 5명의 당수후보들로부터 각각 1백만 원씩 거두고 중앙상무위원들의 당비납부가 순조로와 경비조달이 어느 당 대회 때보다도 손쉬웠다고 채규희 총무국장이 설명.
중앙상무위원(3백명)은 매월 1천원씩 당비를 내도록 되어있는데 평소에 잊고 있다가 대회가 임박하면 소속계파 「보스」나 당수 후보측이 내주어 21일까지 거의 완납. 경비는 ▲지방 대의원 여비 및 숙박비 4백만 원 ▲각종 인쇄물 1백만 원 ▲대회장 임대료 30만원 ▲식장 장식 및 선전탑 설치 50만원 ▲대회날 식비 1백만 원▲기타 1백만 원 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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