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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자원도 수입 나가사키의 ‘짬뽕 전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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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21면

14일까지 열리는 나가사키시의 랜턴 축제 풍경. 용춤사자춤 등 중국 전통 등불 축제 문화를 그대로 들여왔다.
제주 올레길을 수입해 지난해 개장한 히라도시의 올레길(왼쪽). 중세 네덜란드 거리를 본떠 만든 사세보시의 하우스텐보스(오른쪽). 1.5㎢(약 45만5000평)의 부지에 3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은 테마 공원이다. [사진 나가사키현]

지난달 24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나가사키시의 신치중화거리. 일본의 대표적인 차이나타운인 이곳엔 거리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붉은 종이등이 걸려 있었다. 음력 설을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2주간 열리는 중국식 등불 축제, ‘랜턴(lantern) 축제’를 위한 장식품이다.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용 모형의 등은 물론이고 불교 수호신을 형상화한 종이등을 앞세워 거리 행진도 벌였다. 에쿠치 마코도(江口信) 나가사키현 관광진흥과 과장보는 “음력 설을 쇠지 않는 일본에서 설 연휴를 맞아 중국식 전통 축제를 재현하는 이유는 관광객 유치 때문”이라며 “랜턴 축제를 보러 오는 국내외 관광객이 한 해 100만 명 정도 되는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제주 올레길, 중국 등불 축제 … 나가사키에 가면 다 있다

같은 달 26일 나가사키현 히라도(平戶)시. 일본 최초의 개항지인 히라도항 입구에서 올레길은 시작됐다. 코스 주요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게끔 하는 ‘올레길 여권’이나 제주를 상징하는 말 모양의 올레길 표지, 길을 잃을세라 나뭇가지에 묶어놓은 올레길 매듭 등이 제주 올레길과 판박이다. 그도 그럴것이, 히라도 올레길은 제주 올레길을 정식으로 수입해 들여온 ‘규슈 올레길’ 코스 중 하나이기 때문. 사쿠에 요시타카(作江善隆) 히라도시 관광진흥반 주임은 “올레길이 들어선 이후 월 관광객이 1년 전보다 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짬뽕으로 유명한 나가사키현이 ‘짬뽕 문화’를 내세워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규슈지역 북서부에 위치한 나가사키현은 현 전체 인구가 140만여 명(2012년 기준)인 중소현. 대한해협과 맞닿아 부산이나 중국에서 배로도 건너갈 수 있지만, 도쿄나 교토 등 유명 관광지에 밀려 관광 명소로 자리잡진 못했다. 이런 나가사키현이 최근 해외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테마는 ‘짬뽕’이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나가사키 짬뽕(아래 사진)’은 이 지역 중국 이민자들이 저렴한 해산물을 잔뜩 넣어 만든 중국식 보양 음식. 일본 최초 개항지로서 동서양의 문화가 마구 혼합된 나가사키현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키모토 도시아키(柿本敏晶) 나가사키현 관광정책과장은 “전통 유적으로는 교토·오사카를, 번화하기론 도쿄를 따라잡을 수 없어 나가사키현만이 가진 장점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세 네덜란드 거리를 본떠 만든 거대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사세보시佐世保市)나 가장 먼저 기독교가 전파된 지역답게 곳곳에 들어선 성당·교회 등 기독교 유적을 대표 관광 상품으로 내세웠다. 최근 랜턴 축제를 현 예산으로 적극 지원하고, 지난해 제주에서 수입해온 올레길까지 개장하면서 본격적인 관광자원 수입 시대를 열었다.

나가사키현은 대표적인 음식도 대부분 수입산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짬뽕은 물론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양식 빵을 소개했다고 해서 명물이 된 나가사키 카스텔라, 인도식 카레 소스에 식용 대나무 숯을 넣어 검은색을 띠는 ‘구로(黑) 카레’ 등이다.

관광자원 수입 전략은 주요 타깃을 ‘리피타(Repeater)’에 맞췄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가키모토 과장은 설명한다. 리피타는 일본을 한번 찾았다 다시(Repeat) 찾은 ‘재방문 고객’을 가리키는 일본식 영어. 가키모토 과장은 “처음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나가사키현을 첫 방문지로 설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일본을 찾을 때 나가사키를 떠올리게 하려면 도쿄나 교토·오사카 등 유명 관광지의 ‘일본스러움’과 겹치지 않는 테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엔저 바람과 맞아떨어져 지난해 나가사키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66만여 명)보다 20% 정도 증가한 걸로 현청은 추정한다. 이재곤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지역 경관, 전통 문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해외 문화를 활용하는 것도 관광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 같은 다양한 관광 자원 수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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