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방에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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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편 수사당국은 17일 박 대통령 저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이 범행 전 투숙했던 조선 「호텔」1030호실에 3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자가 가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문과의 공범여부도 캐고 있다.
셋방 여행사 조선 「호텔」구내 사무소 직원 음예경양(24)에 의하면 지난 8일 하오 3시쯤 문이 이 사무실에 찾아와 서울 시내 야간 관광「스케줄」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 이날 하오5시40분쯤 음양이 1030호실에 결과를 알리러 전화를 했더니 문이 아닌 다른 한국인이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낮은 음성의 이 한국인은 『일본사람 좀 바꿔달라』고 음양이 말하자『왜 그러느냐』고 반문, 음양이 『그분이 부탁한 야간관광 「스케줄」이 없다고 전해달라』고 말한 뒤 문과는 통화를 못하고 전화가 끊겼다는 것.
또 저격 사건 이틀전인 13일 하오 5시30분쯤 음양과 함께 이 사무소에 근무하는 조병옥양(23)이 문이 묵고 있는 1030호실에 전화를 해 『여보세요』했더니 『잠깐만요』라고 한국인 남자 목소리가 들린 뒤 문이 전화를 바꿔 받았다는 것. 조양은 이때 『우리는 야간 관광 「스케줄」이 없고 대한 여행사쪽에 있으니 하오 4시까지 내려오면 된다』고 하자 문이 『오늘 저녁은 갑자기 일이 생겨 안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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