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년째 소록도 나병환자 치과 진료|일 구나봉사단 후등미기 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종전 전까지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저지른 유감스러운 점에 대해 말이나 글로만 미안하다고 해서는 소용이 없다.』
금년으로 7년째 아무도 돌보지 않는 소록도 나병환자들의 치과 진료차 한국에 온 「고도·요시노리」(후등미기·69)박사는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인은 치과의사인 만큼 나환자들에게나마 무료진료를 해주어 미안스런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매년 한국을 찾고있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구나진료봉사단 부단장인 「고도」박사는 매년 2백만「엥」의 비용으로 진료봉사를 하고 있으며 금년도 12명이 소록도에가 2백 50여명을 치료해 주었다는 것.
『세번째 우리 나라에 왔을 때는 환자대표 20여명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에 일본인과 그 앞잡이들이 몹쓸 짓을 많이 저지른 사실을 듣고 울 수밖에 없었다』고 「크리스천」다운「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나병은 불치도 아니며 더구나 유전병도 아니고 단순한 전염병』이라고 강조하고 『완치가 되어 사회에 돌아오면 잘 이해하여 사회에 다시 적응할 때 협조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힘든 병을 앓아 고통을 받는 나환자 1천 8백 명이나 있는 소록도에 치과가 없다는 것마저 어불성설인데 모처럼 외국인이 무료진료 봉사를 해주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첫째는 의치용 재료를 세관에서 잘 통관시켜 주지 않아 그나마 짧은 진료기일이 더욱 줄어드는가 하면 쓰다 남은 재료를 맡기고 가면 이것을 밀수하는 것 아니냐고 세관에서 따져 의욕이 싹 가셔버린다고 말한다.
소록도 병원에서라도 사람이 나와 확인해주면 쉬울 텐데 병원에서는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아 더욱 힘이 든다는 것이다. 『2주일 예정 중에 기계 설치하고 뜯어 소독하는데 1주일 걸리는데 세관에서 통관이 늦어지면 진료할 수 있는 기일이 거의 없어진다』는 것.
이번에 보사부 장관 감사장을 받은 「고도」박사는 식생활에 관한 연구도 하여 『「그리스천」의 식생활』이란 저서도 냈다. 「오오사까」 치과의사회장을 역임한 「고도」박사는 현재 「오오사까」 치대 강사이며 검도가 7단인 체육인이기도 하다.

<이운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