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수속은 지수경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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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화폐수량설의 마지막 지주이자 「시카고」학파의 총수인 「밀턴·프리드먼」교수(「시카고 대학)는 최근 그의 지론인 「인플레」의 지수중화론을 다시 강조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흔히 「인플레」의 원인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찾는데 내가 보기엔 「인플레」의 최대의 적은 정치에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약간의 불황과 실업을 각오했더라면 「인플레」는 벌써 끝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이전부터 주장해온 지수중화론은 표밭을 염려하는 정객들의 반대로 인해 실천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또는 기업가와 종업원이 그들의 계약내용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자동적으로 유동하게 한다면 「인플레」의 불길은 저절로 꺼지기 마련이다.
물론 반대론자들이 누누이 지적했듯이 이와같은 지수경제는 「인플레」의 악순환을 낳을 염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지수경제의 표면만을 읽은 데서 나온 오해다.
첫째 물가상승을 임금 등 각종 상계약에 불확정변수로 적용시키면 정부가 「인플레」로 인해 거둬들이는 세입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부문이 「인플레」를 자극할 가능성은 일체 배제되는 것이다.
둘째 이와같은 지수경제가 실시되면 「인플레」수속에서 오는 생산저하나 고용저하 등의 부작용이 예방된다. 말하자면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소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다.
지수중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인플레」파도를 멎게 한다해도 심각한 실업증대를 수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 「인플레」를 수속한다 하더라도 실업증가·생산감소 등 이른바 안정공황이 일어나기 마련이란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 지수경제를 적용할 경우 이와같은 부작용이 가장 단기에 그친다는 사실도 무시했다.
내가 늘 지적했듯이 「인플레」를 멈추게 하자면 통화의 공급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현 단계에서 정부가 시장경제기구를 이용하면서 통학공급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수경제를 택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인플레」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기업을 같은 방향으로 「리드」한다면 「인플레」의 순환이음새는 전면적으로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사회전체의 총수요가 줄어들면 기업가는 가격인상대신 조단이나 재고투자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도 실업의 위험 앞에서 무모한 임금인상투쟁을 벌이지는 못한다.
바로 이와같은 상태가 현재의 「인플레」를 제압할 때 나타나는 안정공황이다.
71년8월15일 「닉슨」이 임금·물가동결로 「인플레」의 잠행을 강요하지 않았던들 오늘날 이러한 곤경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년여 동안 억눌렸던 물가가 「오일·쇼크」와 식량위기를 촉매 삼아 이미 폭발해버린 지금 지수경제의 시행을 늦춘다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들이 지수중화론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가운데 하나는 70년도의 지독한 불황을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지수경제의 시행으로 맞게될 안정공황은 70년도의 그것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현재 연율 6%로 진행되는 「인플레」에 계속 질질 끌러간다면 미국경제는 더욱 파멸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지수중화론의 역사는 사실상 화폐수량설의 그것과 일치한다. 1707년 영국의 「윌리엄·플리트우드」에 의해 제창된 이래 「마셜」과 「피셔」를 통해 구체화한 이론이다.
어쨌든 오늘날 미국경제는 이와같은 지혜를 실행할 것인가, 아니면 더욱 파멸적인「인플레」와 한층 심각한 공황을 맞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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