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특허출원 7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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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월, 한·일 공업권 보호협정이 발효된 이래 6월말까지 특허국이 접수한 특허출원은 총 2천9백39건으로 집계되었는데, 이중 건수로는 약70% 그리고 정작 질적인 실용성이 풍부한 신청은 그 모두가 일본인의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기술격차가 심한 현실로 보아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민의 기술개발을 자극하고 장려하기 위한 우리나라 특허제도가 공업권 협정의 발효와 더불어 마치 한국에 있어서의 일본 공업권의 보호를 위한 제도로 전락해 버린 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사태는 처음부터 예상하고도 남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다음으로 세계 각국에 많은 특허권을 신청, 출원하고 있는 일본이 공업권 협정에 편승하여 과학 기술의 보호문제에 있어 거의 무방비상태에 있는 한국에 대거 침투하리라는 것은 필연지세이었기 때문이다.
특허를 비롯한 각종 공업권 보호제도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특허 심사체제 자체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행 특허 및 등록제도에 따르면 설정된 공업권 신청에 관한 이의는 권리범위 확인심판, 거절사유 불복항고 등 심판→항고심판→대법원상고 등을 거치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일취월장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심판제도가 세계의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고 과연 효과적으로 기능 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이 제도의 운영에 불가결한 해외기술 정보마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이 과연 특허권을 부여하여 특별한 보호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모호할 정도로 해외기술정보에 어두운 실정 하에서 이제 홍수처럼 밀어닥칠 일본의 특허출원을 앞두고 우리의 특허심사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혁신이 더욱 초미의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공업화가 진전함에 따라 앞으로는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선진 각국의 공업권 출원도 날로 늘어날 것을 예상한다면, 그같은 혁신작업은 당면한 국가적 중점과제의 하나임을 외면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와 공업소유권 협정을 맺은 나라는 일본말고서도 미·영·독 등 20개국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서 일본의 공업권 신청이 그처럼 쇄도하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도 많은 분야에 있어 특히 일본의 과학기술이 선진적 수준에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한국경제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특수한 관심 때문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기 참으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노하우」만을 선별, 보호하는 방향으로의 특허제도 운영이 또한 요청되는 것이다.
한편 공업권 문제 일반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식이 시급히 제고돼야 할 것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해 가며 이루어 놓은 신안 특허도 그것을 기업에서 실용화하는 율이 겨우 10%정도라면, 좋은「아이디어」도 사장되기 마련일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서의 필요와 경제성을 종합 검토한 뒤에 연구에 들어가는 직무발명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들이「아이디어」개발에 좀더 높은 관심을 가져 새로운 특허가 속속 실용화 단계에 돌입할 수 있어야만 기술개발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끝으로 과학기술개발의 추진에 있어 중요한「프로모터」라 할 발명협의 같은 기관에 대해서도 정부는 충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오늘날과 같이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굴과 발명에 대한 국민전체의 관심의 제고없이 고도의 산업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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