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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병 속엔 톡 쏘는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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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28년 동안 변화를 거듭해온 코카콜라의 패키지(포장). 곡선 모양 유리병은 디자인 가치만 4조원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른쪽은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밸런타인용 코카콜라 패키지. [사진 코카콜라]

대학생 이소민(21)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져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코카콜라 미니 페트(PET)병(500mL) 두 병을 선물했다. 평범한 탄산음료가 아니라 한 병엔 ‘친구야’, 다른 한 병엔 ‘잘될 거야’가 겉에 적혀 있는 ‘마음을 전하는 코카콜라’다. 이씨는 “자주 마시는 저렴한 음료수로 위로하는 마음을 전했더니 친구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콜라 패키지 겉면에 메시지를 새긴 ‘마음을 전해요’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10~30대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해 가장 듣고 싶은 말, 그리고 가장 전하기 어색한 말을 뽑았다. 이렇게 선정한 ‘사랑해’ ‘고마워’ 등의 메시지, 그리고 ‘능력자’ 등 닉네임을 겉면에 새긴 패키지 총 22종이 지난달 나왔다. 앞으로 계속 추가된다. 밸런타인 데이엔 ‘자기야’ ‘사랑해’를 새긴 병을, 소치 겨울올림픽을 맞아선 ‘대표팀’ ‘아자아자’ ‘믿어요’ 등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병을 내놓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별명 또는 메시지를 즉석에서 받아 코카콜라 패키지로 만들어주는 행사도 벌인다. 첫 번째로 13~15일 용산 CGV에서 신청을 받아 소비자에게 신청 메시지가 생긴 병을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한다.

 올해로 128년 된 코카콜라가 패키지(포장)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을 닮았다며 출시 때부터 화제를 낳았던 코카콜라 유리병 ‘컨투어 병’은 1915년 유사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미 본사 인디애나루트 유리공장의 알렉산더 새뮤얼슨이 고안했다. 실제로는 여성의 곡선이 아닌, 코코넛 열매를 본떠 만들었다. 이 병 모양은 약 4조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5회 생일을 맞은 1950년 소비재로는 처음으로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코카콜라 병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작품 소재로 삼은 것은 물론, 명품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를 비롯해 장 폴 고티에, 장 샤를 카스텔 바작, 겐조 다카다, 로베르토 카발리 등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들이 만든 한정판 병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카를 라거펠트 컬래버레이션(협업) 작품이 2011년 4월, 장 폴 고티에 컬래버레이션 작품이 2012년 7월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알루미늄 메탈 재질의 미래형 패키지 ‘알루미늄 컨투어 에디션’도 혁신의 한 사례다. 2008년 글로벌 패키지 디자인상인 ‘펜타어워즈’ 최고상을 받았고, 지난해 국내에서 세계 두 번째로 출시됐다.

 환경을 생각하는 ‘플랜트 보틀’ 역시 패키지 진화의 한 단면이다. 페트병의 30%가량을 식물성 소재로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병이다. 첫 검토에서 출시까지 40여 년의 기간이 걸렸다. 식물 소재를 넣고도 내구성·가벼움·재활용 등 기존 페트 용기가 가진 장점은 100% 똑같이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이 병은 2009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엔 2012년 5월 출시됐다. 코카콜라는 2020년까지 200여 개국 코카콜라 모든 제품을 플랜트 보틀로 대체한다는 게 목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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