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탄핵 저지작전|백악관의 전략을 살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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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미 하원 법사위에서「닉슨」대통령에 대한 탄핵건의안이 27대11이란 큰 표 차로 가결된 후「워싱턴」정가의 분위기는 하원본회의에서도『절대로』통과될 것이라는 것이지만「닉슨」진영은 여전히 하원본회의에서는 이를 저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백악관은 아직 그들의 숨은 전략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제 상당히 제한된 행동반경 안에서 백악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런 짐작은 백악관보좌관들의 입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하원본회의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백악관의 주장은 법사위원들이 하원의원 전체의 평균적인 성향보다 훨씬 자유스럽다는 판단과 공화당소속의원들 중에서 이탈자들은 11윌 선거를 앞두고있다는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효과적인 지연방법만 쓰면 하원에서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착상에서 비롯된 것 같다.
「헤이그」백악관보좌관은 CBS와의「인터뷰」에서 법사위의「무드」가 하원전체의「무드」를 대표하지 않는 예로서「포드」의 부통령지명 때 38명의 법사위원들 중 8명이 반대했던 일을 지적했다.
「지글러」도『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대통령의 자신과 결심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어제오늘의「워싱턴」분위기로 보면「닉슨」에게는 이제 승산이 없어 보인다. 하원민주당지도자「토머스·오닐」은 하원표결 때 민주당의원 40명이「닉슨」지지로 넘어가고 공화당의원 50명이 탄핵지지로 돌아 70표의 차로 탄핵이 가결된다고 구체적으로 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닉슨」의 진면목은 이럴 때 나타난다. 그는 우선 작년10월의 이른바『해명작전』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다. 작년처럼 국민들 일반을 상대로 하지 않고 친「닉슨」청중을 골라 치밀하게 짜여진 유세를 통해서 의회의원들에게 간접압력을 가할 참인 것 같다.「닉슨」의 계산은「인플레이션」등에 대한 국민들의 짜증과 불만을 의회로 돌려 의원들의 뒤통수에서 폭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백악관의 막후의회공작은 계속되고 있다. 「윌리엄·티몬즈」「딘·버크」, 「맥스·프리더쇼프」같은 백악관의 의회담당 보좌관들은 남부출신 공화당의원과 민주당의원들 중에서 탄핵찬성으로 기우는 의원들을 골라 그들 출신 구의 유력 인사들을 통해서 압력을 넣고 「닉슨」자신이 회유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닉슨」이 의원들을 회유하는데 애용하는 방법의 하나는 대통령전용「요트」「시코이어」호로 초대하여「포트믹」강을 선유하면서 설득과 식사를 나누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 와서는「시코이어」선상의 만찬이 지난날처럼 대단한 영광으로는 간주되지 않고 오히려 어떤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보기에 대통령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회유 당한다는 인상을 줄까봐 초대를 꺼리는 경향까지 생긴 것이 탈이다.「닉슨」은 아직은 하원의 공화당의원들과 남부출신민주당의원들에 대한 압력이나 전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공작의 역할을 아직 계산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닉슨」전략 중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탄핵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문제의 「테이프」를 제출하여 하원에서 탄핵심의를 연장하여 11윌 선거를 넘기면 친「닉슨」공화당의원과 민주당이 탄핵 안에 찬성하여야 하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해방된다는 계산이고 국민들이 장기화하는 탄핵심의에 짜증을 내는 틈에「닉슨」은 외유 또는 경제조치 같은 것으로 인기만회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닉슨」의 그러한 대책을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대책이 구상 자체만 가지고 낙관론을 펼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백악관사람들도 사적인 이야기에서는 그런 전략이 부재하다고 인정한다. 다만「닉슨」이 낙관주의·결의·자신을 강조하는 것은 하원에서 제2 방위선이 무너질 경우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상원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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