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 어느 회사선전문에서 시선을 끌게된 제목이다.
근래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름다워 지기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얼굴에 성형수술을 받아 개성과 인상을 완전히 변모시켜 국적마저 분명치 못한 마치 유리상자 속에 있는 인형의 얼굴모양과 같이 공통성을 갖게되고 만다는 결과에 걱정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일이 있다.
이것을 보아 여성미를 가진다고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단순한 공식으로 풀 수 있는 수학문제와는 같지 않고, 또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기적과 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다는 일인 것 같다.
물론 각 나라 각 시대 각 연령층별로 가지고 있는 여성미에 대한관념이 같을 수는 없으며, 또 거기에 어떠한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성이 생각하는 여성미와 남성이 보는 여성미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 각 개인이 또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각자의 기호성의 차도도 있겠지만 또한 잘못 인식된 착오도 볼 수 있다. 한 예로 요즈음 유행되고 있는 긴치마(미디)를 입으면 우아해 보이고 여성답다는 공식화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한 극단적인 반론의 예로는 고대희랍의 남성들이 긴(맥시)치마를 둘러 입었고 「스코틀랜드」의 남성들도 치마(미니)를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여성 다와 지는가 하면 우리에게는 씩씩한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또 그와 마찬가지로 여자가 바지를 입으면 여성답지 않다고 하는 사고도 착오임이 입증이 되지 않을까. 결국 관념의 차이에서 오는 이야기다.
참고로 어느 기관이 몇 해를 두고 여자가 생각하는 여성미에 대한「앙케트」의 결과를 소개하겠다. 7년 전의 조사에 의하면 1위는 섬세한 느낌을 가진 점(22%), 2위는 인내심이 강하고 꾸준한 점(16%), 3위는 귀엽고 매력이 있는 점(13%), 4위는 앞에 나서지 않고 얌전한 점(11%), 다음은 음식솜씨가 좋은 점 등등이다. 7년 후에 나타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위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점(49%), 2위는 깊이 있는 섬세한 감각을 주는 점(11%), 3위는 가정을 잘 지키는 점(9%) 등이다. 연령의 차로 인해 이 결론은 전자와 후자의 선택이 분리된 것이다. 여성이면 누구 나가 다 계속추구하고 있는 문제인 것 같다. 단 사고와 그의 전달방법인 표현을 각자가 이 속도의 시대 속에서 자유로이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여성이나 남성이나 그것이 한 개인이 되고자 원하는 노력이며 연마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목표에 있어서 외부적으로 보이는 미녀다, 미남이다라고 하는데 그치는 점보다는 내부적으로 느끼고 있는 쓰라림이든, 고통이든, 즐거움 등이건 간에 한 개인의「메시지」가 타인에게 전달될 때 아름다움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이 빠르고 메마른 속도의 시대 속에서 너무도 불필요한 본의 아닌 표현을 하게된다. 외부적인 면에 신경을 쓰다보니 진심으로 전달해야할「메시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의 것이 아닌 것에 휩싸일 때 자신을 잊어버리게되며 본질을 잃게되는 것 같다.
김정자<서울대 미대교수·조형미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