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내신각, 음식불공 폐지」논쟁|반|이민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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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한 시기를 확정지을 수 없으나 한국사찰 경내를 돌아보면 어느 한곳에 으례 칠성각과 산신각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전각들은 사찰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과 함께 사찰을 찾는 불교인들이 즐겨 기도 드리는 장소로 되어있다. 그런데 최근에 불교정화를 표방하고 불교근대화를 주장하는 일부 층에서 불교인에게는 지극히 체질화되어있는 이 칠성·산신각을 사찰에서 추방하자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
칠성·산신신앙은 저급한 토속신앙이 불교신앙과 습합되어 이루어진 비불교적인 요소라고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불교 본래의 면목을 되살리자는 발상에서 취해진 이 같은 주장이 무척 타당성을 지닌 것같이 보이지만 이미 한국불교의 한 체질로 되어있어 조금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이러한 신앙형태가 새삼 비불교적인 것으로 지탄받는 일이 어떤 종교학자가 말하듯 동양종교의 현대사를 서구문화확대의 2차적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깊이 토착화된 이 신앙을 불교에서 제거할 때 대웅전의 부처님이 그러한 신앙의 대상으로 요청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믿는다는 행위는「종교」라는 개념을 믿는 것도 형이상학적 명제를 믿는 것도 아니다. 어느 종교나 지니기 마련인 상징·제의를 통해 믿는 행위는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상징은 의도적으로 획일화시킬 성격의 것이 아니며 또 단일한 종교적 상징은 일찌기 존재해 본 적도 없다. 이 상징들은 문화·역사적 상황아래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다의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종교에 대한 이해는 그리 폭 넓은 것이 못되고 겨우 기성종교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단계에 있는 지금 이러한 다의적인 종교현상들이 지닌 의미와 상징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포용하는 것이 문제이지 나의 종교상징과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배척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과거의 수많은 불교인의 신앙행위를 무의미한 행동으로 환원시키고 구원의 가능성을 박탈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칠성·산신신앙이 반사회·반윤리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계기를 가졌다면 그 반사회·반윤리적인 세속적 계기를 선도해야지 종교적 상징을 제거하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한국불교연구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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