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의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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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36년부터 현재까지 38년 동안「스페인」을 다스려오던 종신총통「프랑코」가 드디어 그 권력을「카를로스」왕자에게 넘겨주었다. 그 엄청난 권력으로도 다가오는 죽음을 막을 길은 없었던 모양이다.
「마드리드」에는 여전히 왕궁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왕궁 안의 접견실에는 왕좌도 그대로 있다.
「스페인」은 제도상으로는 여전히 왕국인 것이다. 「프랑코」는 왕은 아니었다. 따라서 외국사절을 접견할 때에도 그는 왕좌엔 앉지를 않고, 그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는 왕 이상의 권력을 누려왔다.
그의 독재에 대한 저항 끝에「스페인」을 떠난 예술가만 해도「피카소」·「카잘스」등 일일이 손꼽을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도「프랑코」가 그토록 오랜 독재를 할 수 있던 것은 그의 무자비한 탄압이 무서웠던 까닭도 있지만 그와 겨눌만한 정적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했다.
철통같던 그「프랑코」체제에도 지난 66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의「데모」가 잇따랐고, 여기「가톨릭」의 젊은 신부들이 합세했는가하면, 수천명의 노조원들이「데모」끝에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프랑코」가 살아있는 동안에는「스페인」에서 어떠한 반대노력도 꿈틀거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누구나 관측하고 있다.
하기야 지난 몇햇 동안 병석에 자주 눕게 됐던「프랑코」는 정무를 떠나 고기잡이와 사냥을 즐겨왔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그의 심복인「카레로·블랑코」제독이 실권을 행사했었다.
이제「돈·환·카를로스」왕자가 마침내 명실공히「스페인」의 실권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는 1931년에 추방된「스페인」의 마지막 왕「알폰소」3세의 손자뻘이 된다. 「프랑코」가 죽으면 그가 곧 새「스페인」국왕이 되는 것이다.
「카를로스」왕자의 아버지는 건재하고 있다. 따라서 서열로 따진다면 마땅히 아버지가 왕위를 계승해야 옳다. 그러나 진보적이며 개성이 강한 아버지를 싫어한「프랑코」는 만만한 아들 쪽을 택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카를로스」왕자를 자기 옆집에 살도록 하면서『제왕학』을 손수 교육시켜왔다.
그렇지만 그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골칫거리들을 얼마나 잘 처리할지는 의심스럽다.
우선 그에게는 똑같은「부르봉」왕가의 혈통을 이은「위고·카를로스」왕자라는 경쟁자가 있다. 비록 지금은 국외로 추방되어있지만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또 왕정복고를 시대착오라고 여기는 진보세력이 있다. 그들은 투우와「플라멩코」만의「스페인」에는 만족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분명「프랑코」의 은퇴와 함께「스페인」에는 완전히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질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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