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복수전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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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생의 능력별 조기 졸업제 등의 시행을 앞두고 18일 문교부는 관계법령인「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 통과시켰다.
그 내용을 보면 대학의 교과과정 운영에 복수전공제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능력별 조기졸업제도를 보완하고, 현재 6년으로 되어 있는 교육대학 졸업자의 학교교육종사 의무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며, 기타 해외 근무자 자녀의 고교입학 시험면제, 고교입학에 있어서의 체육특기자 배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에까지 체육특기자를 선발고시 성적과 관계없이 배정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대학의 경우엔 전혀 융통성이 없도록「타이트」한 현행 정원제를 그대로 두고서 체육특기자를 입시성적에 상관없이 받아 들이라 하는 것은 당해 학과의 사실상의 정원감소를 가져오게 하는 모순이 있다는 것만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뿐더러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최고학부라는 대학에서까지 학문의 전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체육특기자에 대한 특전을 베푼다는 것은 대학의 면학분위기를 위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국민의 체력향상과 체육의 진흥을 반대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다만 진실로 훌륭한 국민체육진흥을 기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세계적인 규모의 국립체육대학의 신설을 고려하는 등 보다 획기적인 방안을 세움으로써 체육진흥과 대학발전에 다같이 기여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학에 복수전공제도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본 난은 이미 원칙적인 찬의를 표명한바 있다. 그것은 비단 능력별 조기졸업제도를 보완한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변화의「템포」가 가속화되고 날로 사회적인 이동성이 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에게 보다 큰 선택의 자유와 보다 넓은 취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도 복수전공제는 마땅히 실시하여야 되리라 믿는 까닭이다.
계열별 모집으로 입학 1년 후에 드러날 인기학과와 인기 없는 학과와의 지나친 지원격차의 문제도 복수전공제도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가능성이 열리리라 짐작되나 이점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이 더욱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있어야 될듯하다.
그러나 복수전공제를 신설했다고 해서 그것이 금방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대학의 능력별 졸업제도를 명문화한 교육법개정안이 각의에서 의결된 직후에도 본 난을 통해서 지적한 바와 같이 새 제도의 도입에는 그 제도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제반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복수전공제 신설을 위해서 특히 긴요한 것은 대학의 물질적 시설요건의 충족과 교수정원의 증가이다. 한 대학생에게 동시에 두개의 학사 자격증을 주는 경우에 그 학사의 자격이「부실」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중무휴의 강의를 할 수 있는 대학의 내부시설이나, 실험실습기재, 그리고 도서관 시설 등의 확충이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전제조건을 갖추지 않고 제도의 신설과 도입에만 성급하다면 대학은 더우기나 부실 학사자격증의 남발을 가져올 위험이 있음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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