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새 연구방법으로 각광받는 실험 고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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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사 시대의 유물을 발굴하고 원형대로 보존하는 외에 그것들을 토대로 고대인간의 생활을 재현하는 것을 연구방법으로 삼는 고고학계의 새로운 움직임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름하여 「실험 고고학」.
다시 말해서 유물의 모조품을 가지고 수천년 전의 인간들이 했을 방법에 따라 그릇을 굽고 땅을 갈고 음식을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존·콜즈」 박사에 따르면 이 새로운 연구방법은 도기 파편이나 화석만으로 알 수 없었던 선사 인간의 행동 양식을 밝혀 준다는 것이다.
현재 「워싱턴」 주립 대학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정기 학술지를 내고 있으며 영국·「덴마크」·「나이지리아」에는 연구 「센터」가 세워져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모라비아」 삼림 지대 안에는 「브륀」 대학에서 세운 연구 「센터」 「레레」가 있다. 여기서 학자들은 원시인의 집을 짓고 돌로 된 도끼로 나무를 베는 실험을 했다. 이들이 대학 연감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직경 15㎝의 나무를 돌도끼를 가지고 7분에 벨 수 있다는 것.
「런던」에서는 학자들이 요리를 했다. 2천년 전 인간 화석의 주의 내용물을 토대로 보리·아마씨와 평지씨앗 오랑캐꽃·여뀌·이끼류 등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불에 그슬린 보리 요리들이 겉보기처럼 그렇게 흉한 맛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 고고학의 진전은 선사 시대의 인간들이 놀랄 만큼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미국 「애리조나·인디언」의 무덤에서는 갖가지 장신구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는 돌·뼈 혹은 조개 껍질로 된 1만5천 개의 아주 작은 구슬들을 줄에 꿴 것이 있었다. 연구「팀」은 부싯돌로 돌을 갈아 구슬을 만들고 선인장 바늘로 겨우 구슬을 꿰었다.
또한 실험 고고학은 「이집트」의 「미이라」가 지금까지 추측되어 온 것처럼 향유와 수지에 의해서 보존된 것이 아니라 강력한 탈수 처리 때문에 보존될 수 있었음을 밝혀 냈다. 학자들은 닭과 비둘기를 실험 재료로 소금과 「소다」를 섞은 탈수제 속에 40일간 처리한 결과 「미이라」와 똑같은 보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1918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포프」 교수는 고대의 활과 화살의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그에 따르면 「폴리네시아」에서 발견된 나무 활과 「케예네·인디언」의 활은 1백 50m, 고대 영국의 장궁은 2백 24m나 나갔다.
고고학에 있어서 이런 실험적인 방법이 요즈음에 와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다. 「크노소스」궁을 발굴하여 근대 고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르투르·에반스」는 실험을 통해 비로소 부싯돌의 사용 방법을 캐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학자들에게 고대의 생활 방식은 너무나 생소한 것이고 그 때문에 실험 도중에 실수나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사건은 19세기 중엽 「더블린」출신의 「로버트·볼」이라는 고고학자가 새로 발굴된 나팔을 불어 보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일 것이다. <슈피겔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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