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사람을 죽이는지 모르겠어요" 민군 편지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장님, 저는 지난 6월21일 밤에 군자동 행길에서 피살된 최옥분씨의 아들입니다. 저희형제는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고 몸과 마음의 슬픔을 어찌할 수 없읍니다.
서장님, 불쌍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원한을 풀어드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과같이 엄마와 함께 화목하게 사는 날은 없을까요. 돌아가신지 벌써 20여일이 되도록 범인은 어찌해서 안잡히는지요?
아무 죄없이 억울하게 돌아가실 때 엄마는 얼마나 아프고 괴로움에 몸부림 치셨을까요?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 드리고 있읍니다.
학교에 가서도 공부시간에 정신이 멍해지곤 합니라.
재미있게 살던 우리가정의 고귀한 어머니 생명을 어처구니없이 빼앗아 갔으니 우리는 어떻게 살면 되겠읍니까?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매일 술만 잡수십니다. 우리가정의 이 슬픔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겠읍니까?
불쌍한 우리 어머니를 죽인 사람에게 양심이 있다면 하루빨리 자수하여 돌아가신 영혼에게 사죄해야지요.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모르겠어요. 어찌하여 사람을 죽입니까? 그 사람은 가정도 없는지요?
그 사람을 빨리 잡아 불쌍하신 우리 어머니의 원한을 꼭 풀어주시기를 빕니다. 민경호 드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