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부족에 고민하는 세계 경제|국제 결제 은행 연차 보고에서|인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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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와 고금리가 병진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BIS (국제 결제 은행) 제44차 보고서에서 「인플레」 및 「유러」 통화 시장의 고금리 현상에 관한 분석을 간추린 것이다. 【일본 경제 신문=본사특약】
「인플레」의 요인이 움트기 시작한 것은 71년 「스미소니언」 협정이 체결되면서부터였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확대 정책을 추구, 얼마 안가서 국내 공급력이 달리게되자 수입수요가 굉장했던 것이다.
당시 미·서독의 수출 신장률은 연 15%를 기록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74년 초까지도 계속되었다. 말하자면 설사 「오일·쇼크」가 없었다 하더라도 「인플레」가 일어날 기본적 여건은 이때 이미 완비된 셈이었다.

<각국 확대 정책>
예컨대 72년4월∼73년3월까지 1년 사이에 선진 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8%이었는데 이것은 60년대의 연평균 상승률을 2∼3%가량 앞지른 것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일·쇼크」와 식량 파동이 터졌고 국내 정책에 의해 간신히 잡혀있던 「인플레」 고삐는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풀어졌다.
73년 말부터 74년 초 사이에 일본의 도매 물가 상승률은 무려 35%를 기록했다. 그밖에 미·영·이·불 등도 20∼30%선에 이르렀다.
한데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번 「인플레」 피고의 원인을 「오일·쇼크」나 식량 위기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이었다. 예를 들어 74년1월 현재 「배럴」당 11·65 달러라는 가격은 원유 파동 이전에 비해 4배나 오른 것이긴 하나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토록 크지는 않은 것이다.

<한꺼번에 폭발>
「유럽」 각국이 2∼3%, 일본이 4%이고 「에너지」 자급률이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는 1∼2%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 있었던 세계적 「인플레」의 원인은 71년 이래의 확대 정책 때 현재화하지 못했던 요인과 「오일·쇼크」등 원자재 파동으로 인한 요인이 한꺼번에 폭발한데 있었다고 판단해야할 것이다.
73년 말 원유 파동이 일어나기 직전에 미국·서독 등은 「인플레」의 가능성을 이미 예견,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재정의 긴축 정책을 시작했었다.
물론 이와 같은 긴축 정책이 반드시 「오일·쇼크」문에 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70∼71년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었으나 그 결과는 「인플레」 억제 아닌 경기 후퇴였기 때문이다.

<선행 요인 제거>
그러나 각국의 정책 입안가들은 석유 위기가 1년 정도만 늦게 일어났더라도 이처럼 폭발적인 「인플레」 현상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까지는 선행 요인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71∼73년까지의 선행 요인이 원유 등 원자재 파동을 맞아 폭발해버린 지금에도 「인플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 있다.
그 「메커니즘」은 「오일·달러」의 회귀 환류 장소인 「유러」 통화 시장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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