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굴리기 … 어린이펀드는 설정액 50억 넘어야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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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아이들은 추석보다 설이 설렌다. 할아버지·할머니·삼촌들이 주는 세뱃돈 덕분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세뱃돈 규모는 연 2조원 이상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이나 옷을 사도록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참에 돈 모으는 법을 가르치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다. 은행과 자산운용사·증권사들은 어린이를 위한 펀드와 적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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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어린이 펀드’는 모두 29개다. 대부분 몇 달 뒤를 내다보고 성장주에 투자하기보다는 우량주·저평가 가치주에 장기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어린이 펀드라고 해서 특별히 가입연령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아이가 세뱃돈이나 용돈으로 투자하기도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결혼자금, 대학 등록금 마련을 목표로 대신 넣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어린이 펀드는 경제교육이나 체험캠프 같은 맞춤형 부가서비스가 많다. ‘미래에셋 우리 아이 3억 만들기 펀드’는 수수료의 15%를 주말 경제교실이나 방학캠프를 여는 데 쓴다. 영어캠프·장보고 역사탐방 같은 체험 프로그램(한국밸류 10년 투자 어린이 펀드)을 운영하거나 가입자들을 위한 어린이 상해보험을 들어 주는 펀드(신영 주니어 경제박사 펀드)도 있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운용보고서(삼성 착한 아이 예쁜 아이 펀드)를 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장점보단 단점이 더 눈에 띈다. 29개 펀드 중 지난 1년간(지난달 29일 기준) 수익을 낸 펀드는 9개(31%)뿐이다. 평균 수익률은 -1.59%로 국내주식형펀드(-0.37%)보다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어린이 펀드는 운용인력을 따로 두기 어려워 대형 펀드만큼 신경 쓰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설정액 50억원이 넘는 펀드를 들라고 권하는 이유다.

 수익을 못 낸 데는 비싼 수수료도 한몫했다. 액티브 펀드 수수료가 보통 1.5% 안쪽인 데 반해 어린이 펀드는 2%를 넘는 경우가 많다. 부가서비스에 들어가는 돈을 대부분 수수료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정종희 상품기획팀 팀장은 “어린이 펀드를 들 때는 수익률이 기복 없이 일정한지, 부가서비스가 자녀에게 꼭 필요한지, 수수료가 너무 비싸진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가서비스에 관심이 없다면 차라리 일반 펀드를 드는 게 낫다.

KG제로인 황윤아 연구원은 “안정성이 높은 채권혼합형 펀드에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최근 유행하는 롱숏펀드나 대체투자펀드는 아직 장기수익률이 검증되지 않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어린이 펀드에 대한 지원이 없다 보니 세제 혜택이나 재산증여 측면에서도 일반 펀드보다 나은 점이 없다.

 원금 손실을 막고 싶다면 금리가 낮더라도 적금으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 만12세 이하면 가입할 수 있는 신한은행 ‘키즈플러스적금’은 설·추석 연휴나 어린이날이 끝난 뒤 5일 안에 가입하면 금리에 0.1%를 더 얹어 준다.

하나은행의 ‘하나꿈나무적금’은 아이가 희망 대학에 입학할 경우 우대금리 2.0%를 더 받을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증권사 CMA도 있다. 동양증권 ‘자녀사랑 CMA’는 만 18세 이하 청소년이 가입하면 잔액 100만원까지 0.2%의 추가 금리를 준다. 셋째 아이라면 가산 금리는 0.5%까지 올라간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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