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프리드먼」교수가 말하는 미국경제|「인플레」는 유류 파동 때문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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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른바「시카고」학파의 당수이자 화폐수양 설의 수호신격인「밀턴·프리드먼」교수가 최근의「인플레」는 자신의 학설이 옳았음을 실증했다고「뉴스위크」지에 기고했다. 그는 미국의「인플레」가「네오케인지언」학자들이「닉슨」을 오도하는 바람에 빚어진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다음은 기고내용을 간추린 것이다.<편집자주>

<우려한 예언 적중>
흔히들「인플레」를 얘기할 때는 74년 이후 혹은 73년10월「오일·쇼크」이후의 사태만 가지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다.「인플레」가 일어난 필연성을 해부하자면 71년 8월15일「닉슨」이 물가와 임금을 동결했을 때부터 훑어 봐야하는 것이다.
당시 나는 8월30일자「뉴스위크」지에 다음과 같이 예고했다.
『일단 임금과 물가가 동결되고 나면 각종 지수는 상승「템포」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억압된「인플레」는 동결이 풀리는 즉시 폭발하기 마련이다.』
이 예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최근의 폭발적인 물가상승은 지난 수년간 억압되었던「인플레」요인이 터져 나왔기 때문인 것이다.

<현실화하는 물가>
따라서 71년8월15일 이후의「인플레」동향은 71년과 72년이 현실보다 낮게 나타난 반면 73년과 74년에는 실제보다 높게 나타났다.
말하자면 73, 74년은 그전에 쌓여있던「인플레」짐을 함께 져야했던 것이다. 단적인 예로 71년에 물가상승률이 4.5%밖에 안되었던 것은 정부의 강제 동결덕분이었다. 이와 같은 동결조치가 해제될 때 현실화되지 못했던 물가가 꿈틀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인플레」의 범인을 유류파동 내지 식비 위기에다 돌리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가격과 절대가격을 분간하지 못하는 풋내기들이나 할 소리다.
기름 값과 식량 값이 비싸지면 다른 상품에 지불되는 돈이 적어지고 따라서 그런 상품의 값은 떨어지거나 적어도 상승「템포」가 둔화된다.

<통화공급량이 앞서>
결국 물가 전체가 평균적으로 다같이 오른다거나「인플레」가 지속되는 이유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으로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의「인플레」가 원인은 다른데 있다.
그것은 생산에 비해 통화공급이 너무나 많았던 데 있었다.
불황이 끝났던 70년 4·4분기 이후 호황이 끝난 73년 4·4분기까지의 경향을 보면 통화량은 연10.4%씩 늘어난 데 반해 생산(GNP경상가격)은 5.5%씩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통화량공급은 생산증가에 비해 연4.9「포인트」나 앞서갔는데 이것은 소비자가격의 연평균 상승률 5.1%와 비슷한 폭이다.
한데 소비자가격의 상승률 추이는 처음 이태 동안에는 연평균 3.4%, 그 이후에는 연8.4%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서 가격·임금통제로 묶였던「인플레」가 뒤늦게 뜀뛰기를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 12년간의 통화량과 생산의 비율 및 물가지수를 비교해봐도 재 증명된다.

<통화량 감소가 절실>
70년을 1백으로 표시할 경우 도표는 물가와 통화량·생산량의 비율이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극히 간명하게 증명해준다.
미국경제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기순환요인까지 감안해서 관찰한다면 생산 대가는 연4%이상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만약 연방준비은행이 연10%씩 통화량을 늘린다면 6%의 물가상승이 불가피해진다. 한데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은행은 바로 이와 같은 정책을 견지했다.
나는 6%의 물가상승이 소망스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통화량의 증가율을 줄일 것을 누차에 걸쳐 강조했다.

<금리조절엔 무력>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조언을 들어줄 기미는 아직 전혀 없다. 통화량은 지난 4년간과 마찬가지「템포」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통화량의 조절능력은 가지고있지만 금리를「컨트롤」하는데는 무력하다.
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통화량을 움직여서「인플레」를 끄는 방법대신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이자율만 주물럭거리고 있다.
미국경제의 앞날은 관계당국이 이와 같은 사실을 얼마나 빨리 인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가에 달려있다.<「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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