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 이 몰려온다] 2. 옥션서 김치 파는 이광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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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4일 온라인 장터 옥션(www.auction.co.kr)의 김치 판매 코너. 포기김치, 썰어진 김치, 숙성 김치 등 여러종류의 김치 사진이 올라 있는데 '생뚱맞게'노란 장미 사진이 올려져 있다. 판매 페이지를 열어보자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판매자가 싱싱한 알타리 무우를 대전 노은 시장에서 '만난' 사연이 맛갈스럽게 소개돼 있다. 김치.밑반찬을 '산. 들. 바람'이라는 브랜드로 팔고 있는 전북 무주의 이광득(47.사진)씨가 이날 자신이 담근 총각 김치를 '상장' 시킨 방식이다.

제품 문의 게시판은 시골장터 같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하고 김치맛을 칭찬하는 10개의 글로 왁자지껄하다. 그의 커뮤니티('열린 가슴으로 불어 드는 ...무주 어림 산 들 바람')에도 2,808개의 글이 빼곡하게 올라 있다.

김치 코너에는 이날 세일 광고를 걸어놓은 김치나 10kg에 7,000원 짜리 등 저렴한 값의 김치 구매는 뜨문뜨문 했지만 7kg에 3만2,000원인 이씨의 '원판 씽씽 총각김치'에는 주문이 줄을 이었다. 푹 묵힌 '김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자신의 김치를 프리미엄급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씨가 옥션에서 김치를 팔기 시작한 것은 2002년6월부터. CJ 김치사업부 생산부장으로 일하다 김치 사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기 발로 회사를 나와서부터다. 형수가 경영하던 국내 1세대 김치 기업인 진미식품을 도와주다가 김치 제조의 길로 들어섰다.

김치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눈덩이처럼 값이 부풀려지는 것을 보아왔던 그는 고객과 직거래하는 인터넷 판매에 착안했다. 무주로 내려와 단 10상자의 포기김치로 시작한 그의 김치 경매는 입소문에 힘입어 매번 주문이 밀려들었다. 갓. 부추.고들빼기.동태.백 김치 등 여러 종류의 김치를 선보이면서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씨는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온라인의 한계를 넘기 위해 '별빛 샤워'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을 무주 공장으로 초대하는 행사도 가졌다. 그의 팬들은 다음 카페에 '김치 장인 산들바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옥션의 고객들이 그에게 평가하는 구매 만족율은 현재 99%이다. 그는 매달 400~500개의 김치 상자를 보내고 있고 매출액은 많은 달에 1천200만원 정도다. 이씨는 "전 세계인에게 김치를 먹일 때까지 더 많은 고객들에게 김치의 맛과 신뢰를 심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이영렬 기자<young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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