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국립 중앙 박물관장 최순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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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년을 박물관에 몸담아 온 국립 중앙박물관 최순우 학예연구실장(58·본명희순)이 황수영 전 관장에 이어 4대 관장으로 임명됐다. 초대 김재원, 2대 김원용 및 3대 황수영 관장이 모두 외부로부터 기용된 인사라면 박물관 출신의 관장 승진은 이번이 첫 「케이스」. 『과거의 박물관은 문화재의 보관·전시에 그쳤으나 오늘날에는 시민들에게 진정한 휴식의 중심지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갖는 여가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낼 수 있게 하고 또 특수한 여러 활동에 필요한 사실을 갖춰 사회 교육활동을 강화해야 되겠습니다.』 최 관장의 신임 소감이다. 종래의 정적인 박물관을 쇄신해 대중과 끊임없이 호흡하는 「다이내믹」한 박물관으로 꾸미겠다는 포부다. 이 같이 박물관 기능을 살리는데는 예산의 뒷받침이 가장 큰 문제. 『어느 나라에서나 박물관은 국가 예산만으로는 안 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회 인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기대됩니다』라고 당부한다.
최 관장이 박물관에 들어온 것은 해방 직전 개성박물관. 개성 태생으로 송도고보를 나와 한때 교편을 잡았으나 고 고유섭씨의 감화로 이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해방 후 개성박물관의 철수와 함께 중앙박물관에 옮겨왔고 이어 동란 중엔 유물을 지키며 한편으로 국보해외전시의 중임을 맡아 구미를 순회했다.
이처럼 반평생을 박물관 고락을 같이해온 최 관장의 전공은 한국 미술사에서도 도자와 회화 분야. 그러면서 재래의 서민 풍의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것처럼 그의 생활도 서민적이다. 궁정동의 조그만 한옥에서 부인 박금섬 여사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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