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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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동에 간「닉슨」미대통령은 그 동안 단기 됐던 「이집트」·「시리아」와의 국교를 재개하는데 성공하였다. 「워터게이트」로 실추한 위신을 외교로 되찾으려는 「닉슨」의 계산이 들어맞아 가는 것도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불안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집트」의 환심을 사는데 「닉슨」은 원자로를 미끼로 쓴 것도 같다.
「시리아」는 또 20억「달러」이상의 경제원조를 요청했다. 이렇게 돈과 무기로 산 미소가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는 두려움도 당연히 있을만하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이집트」가 미국의 핵 기술제공으로 또 하나의 핵무기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핵무기란 이제는 그리 만들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최근에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의 예도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공헌한바 있는 「디어도·테일러」는 이미 오래 전에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한바있다.
곧 가장 간결한 핵 폭탄 제조의 원리는 「엔사이클로피디어·아메리카나」에도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인도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첫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 만큼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수년 전에 미원자력위원회는 원자폭탄을 만들기가 얼마나 쉬워졌는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때 동 위원회는 갓 박사학위를 받은 애송이 물리학자 두 사람에게 소형「컴퓨터」를 이용하여 핵 폭탄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두 학자는 6개월 후에 거뜬히 폭탄을 만들어 냈다. 그 위력도 당초의 설계보다 10%밖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래서 원자력위원회의 걱정은 완성된 핵 폭탄자체 보다도 핵 원료들의 도난을 더 염려하고 있다.
「제임즈·본드」영화 『「던더벌」작전』에는 핵 폭탄의 도난이 주제가 되어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 속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미원자력위원회는 1백「파운드」의 「우라늄」과 60「파운드」의 「플루토늄」을 해마다「분실」하고 있다. 이것은 원자탄을 10개 만들고도 남는 분량이다.
가장 큰「분실」사고 지난 65년 가을에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어났다. 이때「우라늄」재고조사를 해본즉 2백7「파운드」나 보이지 않았다.
이번 미·애 협정을 보면「이집트」에 착공될 원료는 원자력발전에만 사용될「우라늄」235뿐이라고 한다.
원자탄 제조에 필요한 것은 「플루토늄」과 「우라늄」235. 이 모두가 천연물그대로 쓰이지는 않으며 미국에서도 3개 공장에서만 제조 가능하다. 더우기 협정안의 「안전조항」이 핵 무기화를 억제한다고 보도되고도 있다.
그렇다고 「이집트」가 또 하나의 핵무기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집트」의 의도도 여기 있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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