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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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러나 석유파동은 사태를 급변시켜 당초 통화개혁의 쟁점이 되었던 국제수지조정「메커니즘」, 「달러」의 교환성회복 등이 뒷전으로 밀리고 어떻게 하면「오일·쇼크」를 국제통화 면에서 「스무드」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가 초점이 되었다. 또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됐던 변동환율도 「기정사실」로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제통화개혁의 심의기구로 설치된 20개국 위도 이런 현실을 인정,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합의하여 실천해 나간다는 방향을 잡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된 것도 국제통화의 과도체제마련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과도체제의 주요골자는 변동환율제 아래서의 행동지침 마련, 석유수입기금설치, SDR(특별인출권)의 가치설정, 수입제한반대선언 등이다.
어차피 변동환율제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이상 변동환율제 아래서 가능한 한 환율안정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사실 석유적자가 비산유국전부를 괴롭히고 있는 현실에선 오히려 변동제가 훨씬 탄력적이고 또 잘 기능 한다. 그러나 변동제가 전면적 평가절하경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룰」을 만들자는 것이다.
환율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개입이 오히려 소망스러운 것으로 받아지고 있다. 변동제의 장기화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작년IMF총회에서 합의된「안정되고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의 마련이나 국제수지조정「메커니즘」, 기초수지불균형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객관적 지표설정 등은 자연 초점을 잃게 돼있다.
이번 재상회의에선 이런 문제들을 「장래 해결해야할 문제로」서 취급,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보다 IMF에 석유수입융자기금을 설치, 국제 수지 적자 국에 융자한다는 것이 훨씬 이실적인 조처로서 환영되었다.
20개 국위에서 SDR의 가치설정에 대해 합의를 보고 국제통화로서의 역할을 확인한 것은 하나의 진전이라 볼 수 있다.
SDR는 그 동안 20개 국위대리회의에서 작업해 온대로 학·영·불·서독 등 16개국 주요통화의 가중 평균으로 가치를 설정하고 연5%의 부리를 하기로 했다.
금에 대체할 국제통화로서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 대신 금은 그 역할을 줄인다는 원칙은 합의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은 계속 미결로 두었다.
10대 부국재상회의에서 중앙은행 보유금을 국제대차의 담보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금 문제의 애매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금을 통화 아닌 담보물로 보았다는 점에서 금 폐화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시가에 의한 담보란 점에서 보유금의 현실가 활용이라 볼 수도 있다. 어떻든 이 조처도 석유「쇼크」에 따른 EEC(구주공동시장)의 국제수지 곤란을 돕기 위한 현실적 타협안이다.
개발도상국의 요구는 계속 공허한 메아리로만 끝났다. SDR의 개발원조「링크」, 개도국에 대한 원조증대는「좀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구체적 대답이 회피되었다.
IMF가 본래 부국들의 기구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그 동안의 통화개혁작업을 통해 얻어진 결론은 여건의 변화가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을 낳고 국가간 협력이 비록 같은 목표를 향했다 하더라도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래의 이상적인 국제통화체제상이 떠오르려면 석유「쇼크」의 파동이 일단 가라앉고 그 위에서 각국이 스스로의 손익계산을 끝낸 다음이라야 할 것이다.
IMF20개국 재상회의 결과에 대해 재무부와 한국은행은 이번에 합의된 국제통화개혁이 당초 구상된 근본적인 개혁안과는 거리가 먼 현 실정에 맞추기 위한 과도체제라고 보고있다.
따라서 변동환율제가 당분간 지속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가이드·라인」이 제정될 것이나 한국과 같이 일정개입통화(달러)에 연결시긴 통화는 지침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또 작년IMF총회에 제출된「모스」안은 당분간 유보되었으며 이번 개혁도 통화체제 수정정도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이번 통학개혁에서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석유수입융자기금의 설치이며 이의향방에 계속 관심을 갖고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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