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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신흥국 잇달아 금리 인상, 선진국 증시도 동반 하락 … 한국증시, 긴장의 월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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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08년 추석연휴는 국내 주식시장에 악몽이었다. 연휴 동안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코스피는 개장 첫날 6.1% 급락했다. 이후 증시는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다른 해에도 국내 증시는 명절 휴장 기간 동안 불거진 해외 호재나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설 연휴는 어떨까. 2008년만큼은 아니지만 나흘 사이 세계 경제엔 호재보다 악재가 많았다.

 3일 개장을 앞둔 한국 증시를 기다리는 외환(外患)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국 위기’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돈줄을 더 조이기로 하면서 신흥국 증시와 환율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달러가 빠져나갈 때 각국 정부는 보통 금리인상 카드를 꺼낸다.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를 줄여 통화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미 터키(4.5%→10%)·인도(7.75%→8%) 등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수출의 41%가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나갔다.

 신흥국 불안에 선진국 증시가 덩달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선진국 4대 증시(미국·영국·유럽·일본)는 동반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었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0.5로 지난해 7월(5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미국과 일본을 합쳐도 중국에 못 미친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곧 한국의 부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단시간에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흥국 위기가 경상수지 적자국과 외환보유액 부족국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가 불거진 신흥국과는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분간 약세장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유진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도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어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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