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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당 250만건 글·사진 … 매일 7억 명 페북서 소통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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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14면

조직을 이긴 SNS, 선거 문화를 바꾸다

페이스북 창립 10주년 … SNS가 바꾼 세상

#‘4년 더(Four more years)!’.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2년 11월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날린 문구다. 부인 미셸 여사를 감격에 찬 표정으로 포옹하는 사진도 곁들였다. 트윗은 순식간에 67만5000회 리트윗됐다. 페이스북에서도 40만 건의 공유, 330만 건의 ‘좋아요’가 뒤따랐다. 단 세 단어에 사진 한 장뿐이었던 트윗은 미국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광고보다 파장이 컸다. SNS 전문가인 박용후 PYH 대표는 “오바마의 트위터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캠프는 2008년 선거 때부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출신 크리스 휴스를 영입했다. 대선 전용 사이트 MyBO(MyBarakObama.com)를 만들고 이 사이트를 통해 지지자를 결속시키고 선거자금을 모았다. MyBO를 통해 조직된 지지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오바마 대세론’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은 ‘SNS 활용 선거의 교본’으로 꼽힌다.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간판 여성 정치인 나경원 후보와 맞붙었다. 한나라당의 조직을 등에 업은 나 후보는 승리를 낙관했다. 그러나 조직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SNS의 위력을 간과했다. 조국 교수의 ‘투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최측근인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다들…하셨어요?’란 트윗이 SNS를 흔들기 시작했다. 10월 초 하루 5만 건 정도였던 선거 관련 트윗이 투표일이 가까워오면서 10만 건으로 뛰더니 투표 당일 오후 8시엔 40만 건까지 치솟았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폭풍 트윗이 퇴근 시간 ‘넥타이부대’를 투표소로 이끌었다. 50년 정당정치가 50일 SNS 바람에 맥없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1인 점포를 전국구로 마케팅 교과서도 변화 

#자전거 거치대를 만드는 영국의 중소기업 바이크독솔루션(Bike Dock Solution). 매출을 올릴 묘안을 궁리하던 조슈아 콜맨 사장은 무릎을 쳤다. 시내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자전거 도둑을 촬영했다. 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기적이 일어났다. 자전거 도난사건이 그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 몰랐던 시민들은 분노했다. 자전거 거치대에 열쇠 같은 안전장치를 달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크독솔루션에 안전장치가 달린 거치대 주문이 쇄도한 건 물론이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근처 ‘고재영빵집’. 반경 1㎞ 내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7곳이나 있지만 이 작은 빵가게 앞엔 늘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장사진이다. 헌혈증을 가져온 사람에게 식빵을 공짜로 나눠주는 ‘백혈병 돕기’ 이벤트가 SNS에 알려지면서 ‘착한 빵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빵 대신 봉사활동을 올린 게 빵 매출로 이어졌다. 지리산에 귀농한 뒤 블로그와 페이스북으로 유기농 특산물 판매에 성공한 고영문씨, 강원도 정선에 살면서 꽃차를 파는 ‘동강의 스토리텔러’ 정용화씨, 안면도 섬농부 박철한씨도 SNS 마케팅으로 성공한 자영업자다. 영세 자영업자의 SNS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모아 페이스북,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낸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SNS로 마케팅에 성공한 사업가는 제품보다는 사람들과 좀 더 잘 어울려 지내며 사는 이야기에 집중했다”며 “대기업도 이루기 어려운 마케팅 성과를 낸 것은 사람·어울림·소통이라는 페이스북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의 축구경기를 위해 우주 최강의 축구팀인 ‘갤럭시 11’을 모집한다는 스토리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메시·호날두·루니·이청용 등 축구 스타들을 캐스팅한 뒤 선수 면면과 이들이 수행할 프로젝트를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국내 최초 SNS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던 ‘러브 인 메모리’의 후속작인 ‘러브 인 메모리2-아빠의 노트’를 2월 중 방영할 예정이다.
지자체 중에선 군산시가 웹드라마 ‘낯선 하루’를 제작해 SNS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SNS는 채용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11년 11월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37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5.1%가 ‘지원자의 SNS를 방문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유명인과도 쉽게 친구 범죄 막는 경찰 역할도

#17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 이외수는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트통령’이라는 단어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2012년 국어대사전에 ‘삼포시대’ ‘힐링 열풍’ 등과 함께 신조어로 등재되기도 했다. SNS 시대엔 개인의 영향력이 트위터 팔로어나 페이스북 친구의 숫자로 계량화되기도 한다. 박용후 대표는 “웹 상의 카페·동호회 등의 커뮤니티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 그룹을 지어 폐쇄적으로 서비스를 공유하는 데 비해 SNS는 자신을 중심으로 관심사와 개성을 표출하고 친구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관계 확장의 정도를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프리랜드 경찰서는 폭행 혐의로 수배 중인 용의자를 페이스북을 통해 검거했다. 경찰서가 페이스북에 용의자 수배 전단을 올리자 용의자는 게시판에 경찰을 조롱하는 글을 남겼다. 이에 힌트를 얻은 경찰은 미모의 여성 사용자로 위장해 그에게 데이트를 제안했다. 그러자 즉각 답장이 왔다. 변장한 여성 경찰관을 만나러 나온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세종시는 초·중·고교에서 SNS 활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는 전자칠판으로, 학생들은 태블릿PC를 활용해 수업을 한다. 교과 내용은 SNS상에서 정리하고 수업 주제에 관한 의견도 댓글로 올린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바일 청첩장이 대세다. 봉투에 넣은 청첩장보다 사진이나 약도, 신랑·신부 소개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정낙원 교수는 “SNS가 만들어낸 가상공간의 ‘초연결 사회’와 실제 오프라인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SNS 등장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회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과 관계 확장도 손쉬워졌다.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에스비컨설팅에 따르면 SNS를 활용한 네트워크 확장 방법은 ‘P-A-S-C-O’의 5단계를 따르면 된다.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개성(Personality)이 드러나도록 프로필과 사진, 글을 올리고 ‘좋아요’나 댓글 등을 통해 활동(Activity)한 뒤 친구 찾기(Selection), 친구 맺기(Connection)를 통해 네트워크 확산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맺어진 지인들과의 커뮤니티를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함으로써 인적 네트워크 확산이라는 결과물(Outcome)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재우 에스비컨설팅 대표는 “SNS가 수다 떨기 수단 정도로 그치면 네트워크 확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계별로 얼마나 공을 들여 활동하느냐에 따라 인적 자산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편 가르고 신상 털고 괴담 확산 부작용도

#2012년 4월 11일 실시된 총선은 152석을 건진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댓글과 리트윗 수를 기준으로 뽑은 트위터 ‘빅 마우스’ 순위에서는 이정희·박원순·문재인·한명숙·노회찬·심상정 등 야권 성향의 인물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선거 이틀 전인 4월 9일 기준으로 SNS상의 정당 점유율은 민주통합당이 42.86%, 새누리당이 32.03%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대승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SNS가 생각이나 이념이 비슷한 사람끼리 편을 가르는 편향성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SNS를 통해 자기 편끼리만 결속을 다지면서 외부와는 오히려 단절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좋아요’로 형성된 동류 의식이 심리적 집단화를 형성하고 의식이 공유화되면서 집단화와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며 “소셜미디어가 갈수록 듣고 싶은 얘기만 찾아 듣게 되는 커스터마이즈드 미디어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향성의 심화는 ‘집단 극화’로 이어진다. 집단 극화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더 극단적 논리로 치닫게 된다는 의미다.

#2010년 7월 베네수엘라에선 SNS를 통해 경제 위기가 급속도로 퍼졌다. 놀란 예금자들이 앞다퉈 예금 인출을 위해 은행으로 몰려가면서 금융시스템 전체가 휘청거렸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은행에 앙심을 품은 남녀 두 명이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린 게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연평도 피격 당시 ‘전쟁 발발’ ‘군대 소집’ 등의 헛소문이 SNS상에 급속히 퍼져 정부가 진화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공기업 민영화나 의료 민영화를 앞두고도 SNS상에 온갖 ‘괴담’이 퍼졌다. SNS 계정에 사용된 개인정보가 ‘신상 털이’ 소재로 악용되는 데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10월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30대 여교사가 해임되자 여교사와 제자, 남편과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유출됐다.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일반인 신상 털기는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사람이라도 신상 털기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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