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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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회 「스포츠」소년대회가 4일 서울운동장에서 막을 올렸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슬로건」도 좋고 대회 첫 날의 날씨도 좋았다.
입장식에서 보는 소년소녀들의 시원한 차림의 씩씩한 「퍼레이드」광경도 좋았다.
구김살 없는 신록의 하늘밑에서 펼쳐지는 이 성대한 「스포츠」소년의 제전에 우리는 먼저 구김살 없이 마음의 축복을 보내고자 한다.
튼튼한 어린이의 체력이 튼튼한 나라의 국력과 직결한다 함은 새삼 얘기할 것조차 없다. 그러나 체력이란 그저 신장의 길이나 체중의 무게만으로써 겨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러한 몸의 크기나 무게가 마지막 승부를 가름하는 것도 아니다.
체력이란 그러고 보면 단순한 신체 이상의 것이다. 체력은 신체의 힘인 동시에 정신의 힘이기도 하다.
이같은 몸과 마음의 튼튼한 힘이 곧 최후적인 승부를 가름한다. 우리는 그것을 의지력이라 부른다.
현대의 어린이들은 예전의 어린이들에 비해서 이같은 의지력을 기르는 데에 있어 썩 행복스런 환경 속에 자라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동안은 지나친 입시경쟁 ,지나친 과외공부가 그들의 튼튼한 체력을 기르는데 큰 장해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오염도가 심해 가는 도시 환경도 튼튼한 몸을 위해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그와 함께 TV나 「팝·송」이 지배하는 오늘의 청소년들의 여가문화도 어린이들의 튼튼한 정신력, 튼튼한 의지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TV의 보급은 모든 「스포츠」를 『보는 「스포츠」로』, 그것도 뙤약볕의 「스타디움」에 앉아 성원하면서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안방에서 뒹굴며보는 「스포츠」』로 바뀌어 버렸다.
문명의 이기와 개발의 혜택으로 오늘의 어린이들의 생활이 유복해지고 쾌적해진 만큼 오히려 그들의 체력이나 정신력 특히 그들의 의지력은 약화될 우려마저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럴수록 「스포츠」소년대회 개최의 의의는 크다.
「스포츠」는 물론 그저 체력과 의지력을 시험하고 승부만을 가리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를 통해서 사람들은 또한 단체활동·규율·「페어·플레이」의 정신을 배운다. 그리고 이처럼 사회생활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 정신의 훈련을 위해서도 오늘의 한국의 어린이들은 예전의 어린이들에 비해서 반드시 복된 환경 속에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스포츠」소년대회가 또한 어린이들의 단체활동·규율·「페어·플레이」의 정신을 함양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자극이 되고 좋은 도장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스포츠」소년대회는 그것이 갖는 교육적인 역할과 기능을 깊이 인식하여야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대회를 준비하고 조직하고 주관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이미 그 폐단이 드러난 바 있고 그 시정이 여론화되어 있는 시·도 단위 종합성적 순위 같은 것은 내년부터라도 아니 올해부터라도 용단을 내려서 철폐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 「스포츠」소년대회가 끝까지 구김살 없는 제전이 되어지기를 당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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