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만 보이는 엄마 눈뜨면 없어지는 엄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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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 없는 어린이들」의 가정과 혈연을 향한 그리움이 시와 그림속에 담겨졌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속 소장 김중인·서대문구응암동산7) 수용아들은 자신들이 쓴 시와 그림을 모아 25일 소내 대강당에서 시화전을 마련했다. 고사리손으로 쓰고 그린 고아들의 작품에는 솜씨는서룰러도 헤어진 가족과 어딘가에 있을 고향을 그리는 동심의 애절함이 정성껏 담겼다.
개소 27년만에 처음으로 시화전을 마련한 시립아동보호소는 수용아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고 혈육찾기에 도움이 되도록 앞으로 해마다 수용아들의 시화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는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 시골이라는 것 밖에. 나는 보호소에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자동차 타고 온 것 밖에. 나는 식구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보호소에 있는 선생님과 친구밖에.』출품된 작품들의 제목은 대부분이 『고향』 『어머니』 『꿈』 『친구』 등. 모두 어딘가에 있을 헤어진 가족들을 소재로하고 있어 헐연에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었다.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고 쓴 강절승군(9) 은 지난해12월 고향인 전남 어느지방에서 개모의 구박을 피해 무작정 상경한 어린이.
밤차로 서울에 올라왔다가 서울역 대합실에서 서울시 단속반에 발견돼 이곳에 들어왔다.
강군은 아버지 이름은 잊었지만 여동생 미성양(4)이 보고파 이시를 썻다고 말했다.
장군은 생전 처음 써본 자신의 시가 전시된 강당에 서서 아버지와 여동생의 생각이 다시복받쳐 눈시울을 적셨다.
김재식군(14)은 『꿈』이란 글에서 『잘때만 보여지는 엄마. 눈뜨면 없어지는 엄마. 낮에는 생각없어도 밤에는 생각나는 엄마』라고 어머니에대한 그리움을 읊었다. 김군은 6세때쯤어딘지 모르는 고향에서 여동생과 길을 잃고 헤매다 고아원에 들어온 뒤 여러 고아원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잦은 싸움때문에 집을 나왔다가 지난해6월 이곳에 오게뇐된 한순광군(13)은 『고궁』이라는 제목으로『엄마와 함께 갔던 곳 지금도 생각난다. 잔디밭에 앉아서 재미있게 놀았지. 즐거운 그 고궁 언제나 가볼까』라고 써 어머니와 같이 지낸 즐거웠던 때를 표현하고 있다. 한군은 서울마포구에 집이 있으며 아버지의 이름이 한백중씨(40)라고 기억했다. 한군은 지난해10월 남산어린이회관에서 있었던 웅변대회에서 1등상을 탔을 때나 지금 자신이 쓴 시를 대할 때나 같이 기뻐해줄 아버지·어머니가 없는 것이 가슴아프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엄마.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어떻게 생겼을까? 예쁠까 미울까?』라고 단 두행짜리의 짧은 시를 출품한 이강주군(8)은 서울도봉구삼양동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던 중 할머니와 남대문시장에 나왔다가 혼자 떨어지게 됐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뿐 어머니의 모습조차 더듬지 못했다.
출품된 작품을 정리한 보호소내 공민학교교사 심종기씨(36)는 일반 국민학교의 어린이들과 비교할 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작품 하나하나가 천진스럽게 자신의 처지를나타내고 있어 작품을 대할 때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이 시학전에는 수용아 작품 60점파 교사들의 찬조작품 등 81점이 출품됐다.
현재 시립아동보호소에는 5세에서 17세까지의 어린이 1천6백17명 (여자3백57명)이 20개동에 수용돼있다. <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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