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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에 정신없는 제약업계…녹십자를 주목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제약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독이 태평양제약의 제약부문을 인수했다. 최근엔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권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제약업계 M&A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꾸준히 일동제약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일동제약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녹십자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일동제약 탐내는 녹십자 이유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우선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경영권 참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일동제약은 오너의 지분구조가 취약해 경영권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몇 해 전에는 일동제약 경영진이 주요 주주와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만큼 경영권을 쉽게 뺏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지난해 일동제약 지분율 29%까지 높이면서 현 경영진과 지분율 차이를 좁혔다. 만일 다른 주요 주주와 연합한다면 충분히 일동제약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적대적 M&A 가능성도 염두해두고 있다. 실제 녹십자는 일동제약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미 ▲동아쏘시오 ▲한미약품 ▲ 녹십자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종근당은 오너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일동제약 역시 제약업계에서 7번째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걸렸다. 바로 녹십자다. 본래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오너는 서로 친분이 두텁다. 실제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은 녹십자 허일섭 회장과 종종 식사를 같이할 정도다.

때문에 일동제약측에서는 녹십자를 우호세력으로 판단하고 지주사 전환에 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임시주총 전 이 둘은 따로 회동을 갖기도 했다.

결과는 달랐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지주권 전환에 대해 '회사 가치를 훼손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만일 이들 기업간 인수합병이 진행된다면 어떻까. 녹십자가 M&A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만만치 않다. 혈액·백신 중심인 녹십자는 일동제약과 제품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는다. 만일 M&A가 진행된다면 녹십자 입장에서는 튼튼한 전문의약품 영업조직을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녹십자는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매출이 18%에 불과하다. 반면 일동제약은 아로나민 등 일반의약품이 22%, 전문의약품 66% 차지한다.

▶제약업계 대형 M&A 신호탄

녹십자는 최근 전문의약품 매출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이상 혈액·백신 분야에서는 압도적으로 장악한데다 시장을 키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에서다.

제약업계에서는 결국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매출 1조원 규모로 뛰어오른다. 단번에 제약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에 일동제약 주가는 녹십자 지분 인수후 지난주까지 46% 상승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규모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연간 15조원 규모인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제약업체가 무려 500개 이상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되고 약값인하 정책이 확대되면서 M&A로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녹십자의 일동제약 지분 인수는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제약산업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A제약회사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은 대부분 복제약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중복되는 품목이 많아 인수합병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1000억원대 제약회사끼리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해외에서도 대형 M&A로 규모를 키워 생존했듯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기업간 M&A가 새로운 생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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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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