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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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교육개발원이 정부의 보조를 받아 총 공사비 5억8백만원을 들여 설치하는 우리 나라 초유의 교육방송국이 드디어 지난 14일에 착공식을 가졌다. 오는 12월말에 준공과 함께 FM「라디오」1개 채널, 「칼라·텔레비전」2개 채널을 갖추게 될 동 방송국에서는「라디오」는 내년 3월부터, 그리고 TV는 내년 9월 2학기부터 각각 방송할 예정이라 한다.
교육방송은 지난 3월에 2천4백2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 바 있는 방송통신대학의 성과를 확대·확충시키려는 의도에서 설치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적정한 운영 하에서는 단순히 성인교육뿐 아니라 온 국민의 지식 및 교양의 질적 향상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방송의 성패를 점칠 수 있는 몇 가지의 ?무적인 징후는 이미 방송통신대학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로 교육성과 면에서 전시한 졸업생수는 2년간의 등록자중 62%의 비율을 차지하는 높은 향학열을 나타낸 것이며 둘째로 학력 면에서도 졸업생의 1할이나 되는 2백39명이 대학3년 편입자격고시에 합격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층이 얼마나 자기계발에 관심이 높은가를 입증하는 것이며「일하면서 배우는」견실한 지적 욕구가 이 사회에 편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슬기를 가꾸고 품격을 도외시키는 지식과 교양은 결코 장신구와 같은 사치가 아니라 생활과 밀착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보유하는 이 방대한 인적 자원을 질적으로 개발하는데는 소위 일류 병을 앓고 있는 정규적 학교교육보다도 그러한 기회를 제반 경제사정 때문에 향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호응으로 실시되는 교육방송에서 오히려 더 큰 성과와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BBC의 제3방송의 본을 갖고 있다. 이에 감하여 우리의 교육방송이 그 소기의 목적을 다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두 세 가지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첫째로 방송교육의 중앙집권적 성격과 일방통행성의 문제이다. 수시로 질문을 제기할 수 없고 토론을 벌이지 못하는 단점은 교육방송에서는 원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다소나마 완화시키기 위하여 통신첨삭지도 등을 실시하여야 하겠지만 보다 바람직한 것은 여기에 부가하여 각 지방에 다수의 협력학교와 겸임교사를 확보하여 가급적 교육지도의 분권화를 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교육보조시설로서 도서실과 실험실습실을 두어 청취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마을문고의 확충·협력학교의 기존시설 이용방안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세째는 방송시간을 정규학교의 학생들을 상대로 하여 조조나 심야에만 국한하지 말고 근로청소년이나 직장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회수의 반복방송을 하여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방송시간 3시간 내지 4시간40분은 연장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방송「프로」를 유연하고 다채롭게 꾸며 정상적 교육과정에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특히「칼라·텔레비전」의 경우 그「미디어」의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언제나 전제되어야한다 함은 다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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