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잘하라고 … 러시아리그 일정 한 달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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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에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해 지도자 연수를 했다. 당시 홍 감독과 각별한 우정을 나눴던 이가 올레그 바실리엔코(40) 코치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편성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12년 전 실패 경험에 대한 데자뷰(deja vu)를 불러일으킨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벨기에·튀니지와 함께 H조에 속했다. 조추첨 직후 “16강은 무난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일본(0-1패)과 벨기에(2-3패)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1승2패(조 3위)로 예선 탈락했다. 바실리엔코 코치는 “우연찮게도 당시와 브라질 월드컵 대진이 매우 비슷하다”며 “준비를 소홀히 했다간 12년 전과 똑같은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투웨이 시스템(two-way system)’이라 명명한 정보 전쟁을 준비 중이다. 상대 팀의 특징과 색깔을 고려해 분석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톱클래스인 벨기에의 경우 선수 각자의 특징을 정밀 분석해 장단점을 파헤친다. 팀으로서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한국과 알제리는 전술과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예정이다.

 러시아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의 루슬란 리파토비치(36) 스포츠팀장은 “러시아에서 ‘아시아 축구’ 하면 일본을 떠올린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상황 대처 능력과 책임감 면에서 일본 선수들에 앞선다는 정보가 나오고 있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는 한국이 H조의 진정한 다크호스이자 1위 후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맞대결(한국 1-2패)에 대해서는 “한국이 1.5군 수준의 멤버로 힘을 빼고 경기를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러시아도 정예 멤버는 아니었지만 전술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노출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자국리그 일정을 조정하는 등 대표팀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6월 초에 끝나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한 달가량 단축해 5월 초에 끝내기로 했다.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평가전 또한 5월 중 4경기를 집중적으로 치른다. 바실리엔코 코치는 “5월 평가전은 리그 종료와 함께 충분히 쉰 뒤 복귀할 대표팀 멤버들의 몸을 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전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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