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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의 인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어린이날의 나들이 인파는 새삼 「만원 수도」 문제점을 극적으로 노출시켜 주었다.
5월의 첫 일요일과 겹친 이 축제일에 어린이를 앞세우고 공원·고궁 등을 찾은 인파는 서울에서만 1백만명을 넘었다고 집계되고 있다. 그것은 1백80만명으로 추계 되는 이날 전국의 나들이 총수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숫자이다.
이와 같은 서울의 밀집 인파가 빚은 갖가지 사고·비행·추태 등에 대해선 적어도 1백만명을 넘는 당일의 시민들이 피부로 체험하고 어린이와 같이 목격한 증인이 되었을 것이다. 모처럼의 어린이날에 보호자를 잃고 미아가 된 수만도 1천4백명이 넘었다하니 나들이 아니한 시민들도 그 혼란상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짐작하기에 족할 줄 안다.
서울은 만원이다. 수도의 인구 집중은 이미 그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인구가 팽창 일로에 있는 서울은 그에 알맞은 시설이나 행정이 뒤따르지 못함으로 해서 언제 어디서 파국이 올지 모르는 만성적인 불안을 안은 채 뒷걸음질로 미래를 향해가고 있다.
다른 문제는 고사하고 우선 시민들의 건강한 일상 생활을 위해서 절대 없어서는 아니 될 공원·녹지대의 건설에 있어 서울시는 만성적인 「사보타지」를 계속해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 마땅하다. 인구의 팽창, 차량의 밀집, 각종 공해 요인 등이 격증 일로에 있는 도시 생활에 있어 공원·녹지대의 존재는 이미 단순한 조경과 같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의 폐부의 역할을 맡고 있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이 「푸른 폐」의 신진 대사 기능 없이는 현대 도시는 오염된 공기 속에 질식을 하거나 결핵을 앓게 된다.
폐의 크기가 인체의 크기에 비례한다면 도시가 갖는 「푸른 폐」의 크기도 그 도시의 크기와 그 인구수에 맞먹는 크기라야 될 것이다.
6백만명을 돌파한 서울의 오늘의 인구는 30만명을 헤아리던 옛날 경성부의 그것에 비하면 20배증이라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해서 오늘의 서울의 녹지대는 덕수궁 뜰이 도리어 좁혀지고, 남산 숲이 깎여 올라가고 다른 녹지대조차 개발이란 이름 밑에 주택가가 들어섬으로 해서 오히려 그 절대 면적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어린이 대공원이 생겼으니 그것이 어린이날에 폭발적인 인파로 메워지지 않을래야 앓을 수가 없다. 물론 어린이대 공원의 착상은 훌륭하고 좋다. 그러나 공원이란 어린이들끼리 갈 수 있는 곳도 아닐 뿐더러 그것을 어린이용, 어른용으로 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 공원이 진실로 어린이 공원으로서 구실을 하려면 그 외에 흑은 그에 앞서 보다 많은 보다 넓은 어른의 공원 또는 시민 공원이 있고 난 다음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는 지금 누구나 쉬이 찾아갈 수 있는 도심 가까운 위치에 6백만 수도의 크기에 상응하는 대 시민 공원이 반드시 있어야 되나 그것이 없다. 그에 대한 「비전」도, 계획도, 의지조차 없다. 그러나 그것은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된다. 앞으로 더욱 과밀해 질 것이 틀림없는 서울에 우선 오늘 당장에라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인구가 1천만을 돌파하게될 내일엔 이미 늦을 것이다.
우리는 시 당국에 다시 한번 한강변 공원 건설 계획안과 용산 미군 「골프」장 공원화 안을 재고해 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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