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진 이미지 뒤의 진실 … 사진이 꿈꾸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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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10년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만난 신중현. 중앙일보 사진부 박종근 기자가 촬영을 위해 세워둔 조명과 옆에 선 자신의 모습도 함께 드러냈다.

새벽 네 시. 부지런한 이들은 이때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잠든 시간. 미몽(迷夢)이 활개치는 이때를, 시인 이상(1910∼37)은 “네 시에 누우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아홉 시에서 열 시까지 리상은 그에서 그의 하는 일을 떼어 던지는 것이다”(『지도의 암실』, 1932)라고 썼다. 또 다른 나, ‘리상’이 새로운 차원의 공간으로 유영하는 시간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 복제 가능성과 완벽한 재현이라는 사진의 미덕도 옛날 얘기가 됐다. 그러나 디지털은 오히려 사진의 표현 영역을 확장해 예술성을 높여주는 순기능도 한다. 무의식을 깨워줄 예술로서의 사진은 어디까지 왔는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서 28일 개막하는 ‘사진과 미디어: 새벽 4시’전이 잡은 화두다. 구성모·박찬민·장태원·강영민·이상현·박종근 씨 등 14명의 미술가·사진가·사진기자가 참여했다.

사진가 한성필은 여러 시점에서 찍은 건물을 한 화면에 모았다. 실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사진의 통념을 거부하는 사진이다. 사진기자 박종근(중앙일보)은 신문 보도용 인물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인물이 속한 환경까지 보여주는 사진을 별도로 찍어왔다. 전설의 로커 신중현의 작업실은 주인을 닮아 날것 냄새가 물씬 풍긴다. 현장에선 수많은 사진을 찍었겠지만 신문엔 기타 잡은 로커를 클로즈업한 사진이 선택됐다.

보도된 최종 이미지와 실제 촬영된 상황 사이에 간극이 있다 하여 우리는 이를 ‘편집된 진실’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현장에서 ‘두 개의 회로’를 돌리며 미디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요리한 그는 지난해 말 일우사진상을 받았다.

 전시는 3월 23일까지. 2월 4일 오후 6시 신수진 연세대 교수의 강연이 열린다.

미술관 속 사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현재 대전시립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등 네 곳의 공립미술관에서 이같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02-2124-880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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