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 학생, 꿈 접었던 주부 "자격증 따고 학위 취득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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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무료 사이버 강좌가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수강생이 아산 e-배움터에서 부동산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충남교육청과 아산시 평생학습관 등이 무료로 운영 중인 사이버강좌가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자격증은 물론 학위(전문학사학위, 학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생뿐 아니라 그동안 사정상 공부의 꿈을 접었던 주부, 회사원들에게 사이버강좌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최근에는 자녀교육에도 사이버 강좌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1 아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현도(39)씨. 평소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원에 다닐 시간이 없어 공부를 미뤄왔다. 지난해 2월 지인을 통해 아산시와 평생학습관에서 운영중인 ‘e-배움터’ 사이트를 알게 된 그는 1년여 간 공인중개사 강좌를 수강하며 자격증 취득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제24회 공인중개사시험 제1차 시험’에 합격했다. 직장인이라 공인중개사 학원을 다니기가 여의치 않았던 이씨에게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e-배움터가 큰 도움이 된 것. 이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데 e-배움터가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e-배움터를 활용해 2차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 초등 3학년 딸을 둔 배소연(40·여)씨. 평소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딸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딸을 위해 컴퓨터를 ‘게임’이 아닌 ‘학습’에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충남교육연구정보원이 운영 중인 ‘충남사이버스쿨’을 알게 됐다. 배씨는 딸에게 사이버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권유했고 딸은 자신에게 맞는 강좌를 선택해 들으면서 학습에 재미를 붙여갔다. 그러자 학교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배씨는 “딸아이가 사이버강의를 듣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이버학급게시판을 통해 물어보는 등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충남사이버스쿨에는 자녀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들을 만한 강의가 많아 좋다”고 말했다. 이런 배씨의 사례는 지난해 10월 열린 ‘9회 사이버학습 우수활용사례 공모전’에 소개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충남사이버스쿨·좋은 사이버 학부모 교실

충남연구정보원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수강할 수 있는 사이버 강좌를 개설(smart.edus.or.kr)해 운영 중이다. 콘텐트 수는 779개. 현재 학생(회원) 수는 16만5147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접속자가 373만6709여 명(중복 포함)에 달할 만큼 호응이 좋다.

이처럼 사이버스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직 교사가 직접 사이버학급을 운영하거나 학부모가 사이버 튜터로 참여해 아이들의 학습효과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 정해진 기간에만 들을 수 있는 사교육 업체와 달리 별도의 교재비나 수강료를 내지 않고 반복해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충남사이버스쿨을 이용 중인 아산 모산초 이지민(10)양은 “매일 영어 플래시 강의를 서너 개씩 듣는다”며 “간단한 영어게임도 재미 있고 질문게시판에 모르는 걸 물어보면 선생님이 바로 답해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같은 사이트에서 운영 중인 ‘좋은 사이버 학부모 교실’도 인기다. ‘학부모를 위한 교육상담’ ‘자녀 학교 생활의 이해’ 등 총 30여 개의 강좌로 구성돼 있다. 자녀의 학습과 진로지도 등 교육정보 제공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부모의 평생학습 욕구를 충족시켜 주겠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좋은 사이버 학부모 교실 수강생 최자경(39·여·천안 신방동)씨는 “중학생 1학년 아들을 효율적으로 교육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자녀와 함께 들으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민 위해 304개의 알찬 콘텐트 운영

아산시가 개설한 ‘아산 e-배움터(cyber.asan.go.kr)’는 아산시민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좌로 유명하다. 총 304개의 강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학 강좌만 모두 134개로 영어·일본어·중국어·초등영어·유아영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매년 접속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만 명(중복 포함)이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 평균 접속자 수가 700~800명에 이르고 있다. 아산시민임을 인증하는 간단한 절차만 진행하면 바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자격증 강좌 9개 중 부동산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컴퓨터, 한자 강좌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아산 e-배움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증을 받은 후 강좌를 들으면 된다.

시 관계자는 “아산 e-배움터 개설이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들면서 수강생이 대폭 늘고 있다”며 “앞으로 강좌 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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