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 못잡고 수사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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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 동광국민교 김상범군(11)피살사건은 사건발생 4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나지 않은채 경찰수사는 갈팡질팡하고있다.
범인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죽은 김군의 아버지 김덕겸씨(46)의 사업을 둘러싼 원한관계 ②여자관계 ③돈을 목적으로한 유괴살인 등으로 수사방향을 잡고 그동안 광범한 탐문수사를 벌여봤으나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군은 지난15일 상오8시15분쯤 부산영도구청학동122의36 집에서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간뒤 학교에 도착하지 않고 실종됐던 것.
김군이 이날 등교하지 않은 사실을 학급담임 고정택교사(36)의 연락으로 알게된 아버지 김씨는 이날 하오부터 20여명의 친구를 동원, 시내 각공원을 대상으로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16일 하오6시20분쯤 시내서구하단동 「에덴」공원숲속 공중변소에서 피살돼 있 는것을 김씨의 친구 한청수씨(43)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었다.
김군이 죽어있는 곳은 공중변소 서쪽입구의 첫째간으로 문앞에는 축구공만한 돌멩이 2개를 박아놓아 문을 쉽게 열 수 없도록 해 놓았다. 김군은 노끈으로 목이 졸리고 예리한 칼로 목이 찔려 죽어있었으며 심한 반항을 한 흔적이 뚜렷했다.
경찰은 김군을 현장까지 유괴할 수 있었던 것은 김군이 얼굴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아버지 김씨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수사를 펴왔다. 경찰이 김씨의 주변인물가운데 것 용의선상에 올렸던 사람은 전 종업원 B모양(23). B양은 2년 동안 김씨 점포에서 경리를 맡아보다가 김씨와 가까와진 탓으로 김씨 부인 유광숙여인(39)과 사이가 멀어져 지난 2월13일 그만뒀다.
B양은 직장을 그만두면서 김씨에게 위자료조로 거액을 요구했다가 겨우 몇만원만 퇴직금조로 받은 사실로 미루어 경찰은 B양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것. 그러나 지난13일 서울로 「텔렉스」자격시험차 상경했던 B양은 「알리바이」가 성립, 경찰의 지목이 빗나갔다. 경찰은 다시 B양의 남자친구 K모·S모씨에 대한「알리바이」도 추궁중이다. 이밖에도 경찰은 김씨가 사업을 하면서 사이가 멀어진 사람과 집주위에서 김군의 얼굴을 알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펴고있다.
김군은 시체해부결과 식사 후 2시간쯤에 살해된 것으로 판명, 사망시간은 15일상오 9시반전후로, 그리고 등교길에 바로 유괴돼 피살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군이 집앞에서 차를 타기 전에 유괴됐는지 차에서 내려 학교가까이가서 유괴됐는지도 밝혀내지 못하고있다.
또한 이날까지 김군을 현장까지 태워다줬다는 「택시」운전사나 「버스」차장의 신고도 없는 실정. 따라서 무슨 차로 학교로부터 8km나 떨어진 공원까지 갔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단지 사건당일 상오 11시쯤 공원입구 매점주인 엄종백씨가 『37세 가량된 청년이 국교 4학년가량의 어린이를 데리고와「라면」튀김과자를 사주는 것을 봤다』고 말한 것도 중시하고 있으나 시간과 나이등으로 봐 별 기대를 걸 수 없는 실정이다.
김군의 위속에서 「라면」튀김과자가 나왔다는 점과는 일치하고 있으나 평소 김군이 이과자를 좋아했기때문에 혼자 사먹을 수도있기매문. 그러나 경찰은 일단 회색「잠바」에 청색바지를 입었다는 이청년의 행적도 캐고있다.
경찰은 김씨가 사건의「키」를 쥐고있는 것으로 보고있으나 김씨는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경찰은 이제까지의 수사 각도를 돌려 백지상태에서 다시 착수해야할 궁지에 놓여있다.
황해도황주가 고향인 김씨는 지난40년 부모를 모시고 서울로 이사, 한때 경찰관 생활을 했고 60년 부산으로 내려가 6년전부터 현재의 수지장사를 경영, 중류생활을 하고있다.
김씨는 얼마전까지「퍼블리카」를 굴리면서 자녀들을 등·하교시켜 주기도했으나 10일전에 기름값 때문에 처분, 이때부터 김군도 집에서 4km가까이 떨어진 학교까지 「버스」를 이용, 통학했다.
2남2녀중 2남인 김군은 1학년때부터 줄곧 개근, 5학년에 진급하고도 반의 지도위원을 맡고있으며 성적도 63명중 3등을 차지하고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영리한 김군이 바쁜 등교시간에 학교옆을 지나 8km나 떨어진 공원까지 유괴돼갔다는 점 ▲공원입구에는 주택들이 많은데도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은 점 ▲살해방법이 서투르면서도 백주에 범인이 시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변소에 유기했다는 점등이 의문점으로 지적되고있다. <부산=손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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