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화평의 새 모델 라오스 연정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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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휴전체결 1년여만에 드디어 햇빛을 보게된 라오스 연립정부는 외부간섭이 실질적으로 소멸된 이상적 상황 속에서 인지 3국이 지향할 화해정부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뜻을 갖는다. 키신저와 레·둑·토가 인도차이나 전쟁의 해결방식으로 제시한 공식은 현상휴전의 첫 단계에 이어 2단계로 민족화해정부를 분쟁 당사자들간에 협상,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이 공식은 제 2단계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1단계의 추진에만 역점을 둔 미국의 이기적인 편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교하고 치밀한 연정>
그러나 라오스가 최근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연정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치밀한 연정조직의 세부준칙을 바탕으로 한 화해정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지 3국이 다같이 안고있는 분쟁 당사자간의 이념적 차이라든가 장기간의 유혈투쟁에서 촉발된 상호불신·증오감 등은 이와 같은 정교한 모델도 하루아침에 사상누각으로 만들어 버릴만한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성을 일단 받아들일 경우 라오스가 제시한 모델은 인지 3국 모두에게 앞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평화의 구도인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본다.
▲군·경 혼성 경호대=2차 연정 때 합의는 보았지만 한번도 실시되지 못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된 이 제도는 연정의 붕괴를 막을 가장 강력한 장치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것은 수도 비엔티앤과 구 왕도 루앙프라방을 중립화하고 양측 고위인사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양측은 고위장교의 합의에 따를 이들 두 도시를 관할하며 비엔티앤에 각각 1천명의 경찰, 루앙프라방에 각각 5백명씩의 경찰을 둔다.

<휴전지점 27개소 합의>
이들 군경의 장비도 같은 수준으로 하게끔 규제되어있다.
또 각측은 비엔티앤 외곽에 1개 대대 병력을, 루앙프라방에 2개 중대 병력을 독자적으로 주둔시키며 그 외의 모든 군대는 시외로 철수한다.
1차 연정은 전국 보궐선거에서 좌파가 압승하자 우파의 쿠데타로, 2차 연정도 좌파외상이 우파에 의해 암살되어 유산되었고 그때마다 좌파각료들은 경호도 없이 도망을 쳤고 수도는 삽시간에 한 파의 수중에 떨어지곤 했었다.
▲27개 임시휴전지구 획정=월남에서 휴전선이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충돌이 잦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라오스에서는 이미 27개 지역에 대해 상호 경계를 분명히 획정했다.
▲화해정부=수상직을 비엔티앤 파인 수바나·푸마가 맡은 대신 수상 유고시에 파테트·라오 파의 수파누봉 공이 대행을 맡게되어 있고 그 아래는 2명의 부수상직을 두어 양파에서 각각 하나씩 차지하게 했다. 또 비엔티앤 파 5석, 파테트·라오 파 5석, 중립파 2석으로 안배된 각료직 아래는 차관 1명이 장관과는 다른 파에서 맡도록 되어있다 (장관이 비엔티엔 파면 차관은 파테트·라오파). 이와 같은 균형된 정부조직은 어느 한파의 은밀한 주도권 장악을 어렵게 만든다.

<양파 16명씩 동수 안배>
▲정치평의회 = 42명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도 비앤티앤파 16명, 파테트·라오측 16명으로 똑같고 중도파가 10명.
그런데 이 10명의 중도파도 양측이 선정하게끔 되어있으므로 정치평의회는 완전히 동수로 양분되게 되어있다.
의장은 파테트·라오측의 지도자 수파누봉공.
정치평의회의 정기총회는 6개월에 한번씩 열리고 1회기는 1달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양측에서 5명씩 10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를 두어 일상업무를 처리한다.
이 상위에는 파테트·라오측 의장·부의장, 비엔티엔측의 부의장은 자동 케이스로 포함된다.
정기총회는 정부고위관리와 상임위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회원들은 평시에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의 여론과 의견을 수집, 보고하고 의견이 일치될 때까지 협상과 토의를 진행하게 되어있다. 정부와 정치평의회는 상호 독립, 동등한 국가기관이며 모든 중요한 결정은 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얻어야 한다. <김영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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