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급전서민 울리는 「사설금융」횡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부 사설금융업자들이 고리로 급한 돈을 빌어쓰는 서민들이 판제 약속 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담보물로 맡긴 가옥·대지·전자 등 재산을 조직적으로 금새 제3자에게 소유권을 넘겨 빼앗아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설금융업자들은 대부할 때 화해조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아무런 하자 없이 화해조서를 근거로 대부금의 2∼3배나 되는 담보물을 소유권 등기 이전 할 수가 있어 돈 쓰기가 급한 서민들은 곧잘 이 「법률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서울 동대문구 면목동593의54 김치신씨(49)는 29일 사설 금융업자인 S실업공사(서울 종로구 관철동) 대표 조모씨(40), 전무 이모씨(34), S실업의 채권자 등 4명을 사기 및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억울하게 빼앗긴 싯가 3백50만원짜리 자기 집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고소인 김씨는 지난해 10월1일 S실업에 자기소유의 부동산(대지 32평·건평 20평5작짜리 기와집 1채)을 담보로 1백30만원을 대부 받았다. 김씨는 월이자 3푼5리로 3개월 동안 빌기로 계약하고 1백30만원 중 소개비·감정료·대서료 등 13만2천4백83원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받았다.
김씨는 S실업의 요구로 그해 10월22일 화해조서를 작성했는데 화해조항은 ▲신청인(S실업)은 피신청인(김씨)으로부터 73년12월34일까지 1백47만5천5백원을 받고 10월1일자 매매예약에 의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 보전의 가등기에 대한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한다 ▲피신청인이 신청인에 대하여 위 1항 기재의 돈을 기일까지 갚지 않을 때는 기재부동산에 대한 위 1항 기재의 가등기에 따라 본등기 절차를 담보의 목적으로 이행하고 담보권 실행을 위하여 동부동산을 명도한다는 등 내용이었다.
김씨는 10월30일 10월분 이자 4만5천5백원을 지불하고 12월31일까지 원금을 반환할 수 없어 27일 전무 이씨에게 구두로 74년1월31일까지로 연기해 줄 것을 요구,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1월14일 돌연 김덕순씨 명의로 법정 기일인 12월31일까지 원금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내용증명이 오고 4일 뒤인 18일 상오 10시 집달리가 나와 살림살이를 강제로 꺼내 명도를 집행했다.
쫓겨난 김씨는 1월21일자로 1백50만6천5백원을 서울민사지법 성동지원에 판제 공탁하고 가처분 결정을 받아 등기부에 올린 뒤 S실업에 알렸는데 S실업은 1월22일자로 동대문 등기소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23일자로 가처분 결정을 받아 같은 날 이명호씨에게 1백70만원에 판 것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묵동 189의16 황유금씨(65)의 경우도 김씨와 비슷하다. 황씨는 지난해 11월2일 서울 종로3가 사설금융 H상사에서 월3푼 이자로 2개월 후에 갚기로 화해조서를 작성, 싯가 2백50만원짜리 부동산(대지 42평·건평 17짜리 기와집 1채)을 담보로 1백 만원을 빌어썼다.
황씨는 그 뒤 한달치 이자를 냈을 뿐 원금을 갚지 못하다가 역시 구두로 3월8일까지 갚기로 합의했는데 3월5일 갑자기 채권을 타인에게 양도했다는 내용증명이 배달되고 그날 하오2시 집달리가 찾아와 명도집행을 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