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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 '3대의혹' 수사 급류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주장해 온 이른바 '3대 국민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는 김대중(金大中.DJ)전 대통령 집권 때 야당이 제기했던 중요 의혹 사안들이어서 주목된다.

3대 의혹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정치인.언론 등에 대한 불법 도청 의혹▶ DJ정권의 공적자금 비리 의혹▶4천억원 대북 불법 송금 의혹 사건 등이다.

이중 대북 송금은 이미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키로 한 상태다. 결국 검찰이 수사할 부분은 도청과 공적자금 문제 두가지다. 둘 다 권력의 중추인 청와대와 국정원의 내부를 파헤쳐야 할 사안이다.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곳곳에 비밀 차단 장치가 돼 있는 국정원의 가장 민감한 업무인 감청에 검찰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자칫 권력기관 사이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수사 결과 도청 사실이 확인되면 국정원의 전.현직 간부들과 다수 직원이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사실무근일 경우 한나라당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盧대통령이 새 국정원장을 '혁명적 수준의 개혁 인사'로 앉히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국정원의 조직 보호보다 도청 같은 국민적 의혹을 푸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적자금 비리 의혹도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결국 DJ 주변으로 접근할 수도 있어 전.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상환이 불가능하게 된 원인과 책임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盧대통령 측근의 이름도 나온다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이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만시지탄이지만 盧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권력기관의 도덕성이 제자리를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정치권에 폭넓게 퍼져 있던 국정원의 도청 논란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며 "그 근거는 국정원이 도청한 자료"라고 주장하면서 폭발했다. 鄭의원은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요시다 사장 간 비밀 대북 지원 통화,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의 현대상선 수사 축소 요구'등 잇따라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자들은 통화 사실을 인정했지만 폭로 내용은 부인했다.

이후 국정원과 한나라당 간 공방이 거세졌다. 국정원은 "감청 시설을 무한대로 공개하겠다"며 도청 의혹을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대선 막바지인 지난해 11월 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언론사 사장들과 정치부 기자 30여명의 이름이 등장한 자료를 내놨다. 거명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시인했고 일부는 부인했다. 국정원은 이를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鄭의원은 지난 2월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제보자를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金총장은 이달 초 "대선 직전 공개한 도청 문건은 국정원 공식 내부 문건이 아니라 국정원 도청 내용이 유출돼 외부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다른 얘기를 했다.
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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