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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상의 주류는 「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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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철학은 학문의 한 분야로서 가능한가? 흔히 한국에는 불교 철학이나 유교 철학이 있었을 뿐이지 독자적인 철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사상가들이 많았지만 그 사상들이 철학으로서 체계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의 주체성을 찾는 한국학 연구에 따라 대학에서도 10여년 전부터 한국 철학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새로이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중앙대의 최민홍 교수는 이러한 한국 철학의 체계화를 처음으로 시도, 『한국 철학사』라는 연구 저서를 냈다. 지금까지의 한국 철학 연구는 전혀 미개척 분야로 체계화되지 않은 단편적인 한국 사상의 연구였을 뿐이고 학문의 한 분야로서 정립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 철학을 한국인의 민족 사관에 뿌리박아 존재론·인식론·가치론으로 입체적으로 체계화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우리나라에 외래 사상이 들어오기 전에 「한」의 철학이라는 고유한 사상이 있었으며 외래 사상이 들어온 후에도 이의 모방이 아닌 독창적인 사상을 완성시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의 사상이란 이미 최남선 등의 선각자들이 주창한 바 있지만 최 교수는 이를 철학으로서 체계화했다.
「한」의 뜻은 원래 크다는 것이며 홍익인간도 「한」에서 온 것이며 한글 한강 한밭 (대전)등의 예도 있고 고대의 진한·마한·변한 등도 모두 큰 나라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외래 사상에 영향받지 않은 순수한 우리의 사상인 「한」의 사상에 뿌리 박은 고대의 한국 철학은 존재론상으로 만물의 근본 실재를 「한」의 어원에서 파생된 하늘이라 하였고 인식론상으로는 진리의 기준을 큰 하나에 두었다는 것이다.
대아에 살자는 화랑도 정신도 이러한 「한」의 사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와 같이 「한」에 뿌리박은 우리 조상들의 진리관·인생관·세계관·우주관 등은 수천년 전부터 한국 사람들의 정신 생활을 일관해 왔다.
우리 민족의 조상 숭배 사상과 고대 한인들의 생사관 등의 유래를 밝히는 일도 우리 고유의 철학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 교수는 한국 철학이 외래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불교나 유교 철학은 그 본 고장에도 없는 사상들이 우리나라에서 개화되어 본연의 면모를 나타낸 점이다.
이점은 육당도 불교가 인도에서 씨를 뿌려 중국에서 성장하고 한국에 와서 결심했다고 말한바 있다.
그 예로 원효의 무애 사상은 인도나 중국에는 없는 독창적인 불교 사상이다.
또 주자 철학에서도 퇴계는 주자를 그대로 모방, 이와 기가 호발 한다고 했지만 율곡은 이와 기가 공발 한다고 전혀 새로운 사상을 폈으며 동학 철학도 독창적인 우리의 사상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사상이 예로부터 내려오고 있지만 우리가 선조의 위대한 철학자·사상가와 그들의 사상을 알지 못하고 빛내지 못했다면서 우리의 사상을 되찾아 민족 사관을 확립해야 할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또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하의 탄압과 해방 후 미국 사상을 잘못 받아들여 선현들의 위대한 사상이 묻혀 있다고 지적하고 어떤 민족이든지 사상적 독립이 없으면 정치적 독립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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