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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예배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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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1월15일로 직장생활 한 돌을 맞았다. 감색교복을 벗고 사회생활에 조심스레 첫 발을 들여놓으며 이론과 실제와의 커다란 차이를 줄이기 위하여 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직원사이의 내면적 갈등과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 더우기 작년10월로 30여 년간 정든 직장을 퇴직하신 아버지의 생활과 부쩍 기승을 부리는 물가고가 작은 내 가슴을 어둡고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내게 생명수를 마시고 인과 끈기를 배우는 시간이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아침8시30분부터 9시까지의 30분간의 예배시간이다.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낭독 뒤에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면 나는 예배실 창 밖으로 시선을 보낸다.
꼿꼿하고 쭉쭉 뻗은 낙엽송 숲, 고동색 가지 사이로 까치가 푸드득 난다. 아직 채 녹지 않은 흰눈이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신선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낙엽송은 이처럼 꿋꿋하게 커 왔다.
꽃 시샘 매운 바람 속에서, 지리한 장마와 이글거리는 폭염 속에서, 낙엽 뒹구는 고독 속에서, 얼어드는 혹한과 폭설 속에서, 그건 옆길과 지름길의 약삭빠름을 배우지 않고 원대한 포부를 안고 참고 견디고 이기며 곧고 곧게만 자랐나 보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어둡던 마음에 아침 햇살이 비치고 답답한 가슴의 고동이 힘차게 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가보다.
이제 낙엽송 숲에 서서히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예배실 돌계단을 오를 때 낙엽송 숲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 바람 속에 풋풋하고 산뜻한 봄 내음을 맡는다. <윤춘옥(원주시 기독병원 검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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