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유가 안겨준 남아의 어부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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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랍」 제국이 틀어막은 송유관 꼭지는 5개월만에 다시 풀릴 전망이다. 17일 「트리폴리」 (리비아) 회의에 이어 17일 「빈」에서 개최될 「아랍」 석유상 회의는 미국·화란에 대한 단유 조치를 해제하고 원유가 인하 문제가 결말이 날 가능성이 비친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 유류 파동은 미국과 남「아프리카」 연방에서 대조적인 반향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직접적인 유류난 외에도 물가고 등 많은 곤욕을 당하고 있으나 남「아프리카」 연방은 태연자약하다는 결론이다. 미국에 있어서 「아랍」의 단유 조치는 유류 소비자에서 입법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현실』을 수입하게 했다.
실업율은 작년 9월 4·7%에서 지난 2월에는 5·2%로 늘었고 약 30만명이 실직하는 사태에까지 번졌다.
지난 3월초 「제너럴·모터즈」는 18개 공장 종업원 5만2천5백명을 한꺼번에 휴가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9개 시설을 폐쇄해야 했다. 또 이 회사는 금년 들어 벌써 자동차 매상고가 형편없어 2개 조립 공장의 건설을 연기했다.
도매 물가는 연내 최고 기록으로 지난 2월 1·2%, 그 이전 4개월은 8·3%나 껑충 뛰었다.
그러나 미국 국민들은 쓰라린 경험을 전화위복의 전기로 삼아 쓸데없이 차를 몰지 않아 교통질서가 좋아졌고 경제적인 소형차를 찾게 됐다.
결국 지난 2월 한달 내내 전국에서 하루 평균 기름 3백70만「배럴」을 절감한 1천7백10만「배럴」로 줄일 수 있었다.
미국과는 대조적인 국가가 세계 금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황금의 제국 남「아프리카」 연방.
당초「아랍」국들은 중동전을 둘러싸고 외교적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유류라는 무기를 잘 이용할 속셈으로 단유 조치했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 남「아프리카」연방은 보이지 않는 이익을 누린 셈이 됐다.
「에너지」 부족 사태에 기인한 악성 「인플레이션」 속에 지화 보다는 금의 안정가를 노려 금을 사려는 국제 자본들이 이 나라에 줄을 이었고 「아랍」의 대유류상들까지 많이 몰려들었다. 금값은 걷잡을 수 없이 뛰어 올라 최근 「온스」당 1백50∼1백60 달러」로 내렸으나 한때 최고 1백83「달러」까지 치솟았었다. 남「아프리카」 연방이 금년 생산 금을 「온스」당 1백60「달러」로 파는 경우 수입은 자그마치 42억「달러」 (한화 약 1조6천8백억원)나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단유 조치로 인한 금가 폭등으로 어부지리한 소득은 유류 암시장 거래로 일어난 손실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나라는 유류 의존도가 타국에 비해 낮고 발전소는 모두 석탄을 쓰고 있다.
더우기 필요한 유류는 비「아랍」국인 「이란」에서 원유 도입량을 증배 받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다.
또 모든 원자재 값이 뛰고 있는 판국에 무연탄·백금·원목·동·철·「망간」 등의 매장량이 무궁무진하고 천혜의 국가에서 농사도 풍작 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74년도의 예상 경제성장율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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