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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독「수피겔」지가 분석한 소 극동군 증강의 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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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0년 미-소 전략무기제한회담(SALT)협상 때 소련은 중공의『도발적 행동』에 공동조치를 취할 것을 미국에 제안한 일이 있다고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존·뉴·하우스」가 폭로한 적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나「이탈리아」공산당 지도자들도「크렘린」 방문 후 중공에 대한 예방공격이 거론된 바 있다고 말문을 연적이 이따금 있었다.

<오해가 빚은 충돌 잦아>
지난해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워싱턴」의 소련대사관 측은 중공에 대한 핵 공격 설을 부인하면서도『미국의 외교적 개입』으로 이 정책이 영향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73년 7월 초「뉴스위크지」의 저명한 기고가「조셉·올소프」는「닉슨」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소련의 중공공격이 거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소련의「매스컴이 이러한 견해를『더러운 조작』이라고 부인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중-소 양국이 끊임없이 서로 반목하고 있는 사실, 즉 중공이 극동의 국경을 무력으로 변경하려고 시도하며 기타 수정주의자들을 고무시키려고 획책하고 있다는 소련의 의구심과 소련은「러시아」의 역사적 팽창주의를 계승, 추진하려 한다는 의구심은 두 나라 관계에 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양국관계는 역사적으로 보아 실재하는 위험에서 보다 의구심과 오해에서 무력충돌을 일으킨 일이 잦았다.

<쌍방 서로 게릴라 투입>
특히 소련의 의구심의 연원은 현실과는 동떨어질지 몰라도「징기스칸」의「유럽」내습 이래의 두려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련이 미국에 대해 중공견제에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제안하며 새삼 황화 논을 들먹였다는『소문』도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아 넘기기는 힘들다.
두 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빨치산」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중-소 국경을 놓고 동서로 갈라진「투르크」족의 회교도 소수민족은「빨치산」전의 온상이 되고있다. 소련의「카자크스탄」「우즈베크스탄」「마시키스탄」의 자치공화국과 중공의「위구르」자치구 주민은 같은 종족문화권을 이루며 살다가 분리된 민족들로 중공은 이들에 대해 독립을 사주하고 있다. 67년에 이 국경지대에서 대규모 충돌로 1백 명의 사망자를 낸 일도 있다.
일본의 첩보기관에 따르면 중공은 훈련된 첩자를 보내「시베리아」의 소수민족 노동자와 기술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중공 영내 10개소의「스파이」훈련소를 거친 요원들은 얼마 전「시베리아」의 수력발전소와 철교를 폭파한 일도 있다는 것이다.

<임표 잔당 뿌리뽑기로>
69년「우수리」강 충돌이래 중-소 국경에 긴장이 걷힌 일은 한번도 없다.「모스크바」에서는 중공군의 월경으로 충돌하여 생긴 소련군 사망숫자가 발표되는가 하면 북경에서는 정반대의 발표가 잇달아 나온다.
모택동이 현재 새삼 임표 비판에 나서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군부의 체제개편에 있는 것으로 보아도 틀림없을 것이다. 중공군은 전통적으로 미국보다는 최근까지 최신장비를 공급해준 소련에 친근감을 갖고 있다. 모택동의 공자와 임표 비판은 궁극적으로 군대 안의 임표 잔존세력을 뿌리뽑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세를 바탕으로 소련 안에는 중공에 대한 강·임 두 파가 대두되고 있다. 온건파는 모택동이 사망할 경우 중공 안에 필연적으로 있을 변화를 기대해보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 강경파 곧 결판 주장>
그러나 강경파들은 될 수 있으면 올해 안에 결판 낼 것을 기대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프트지) 동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가 중-소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을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것이다. 「키신저」미 국무장관도 최근「유럽」의 고위지도층에 소련의 중공에 대한 전격작전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미-소는 지난해의 우호조약에서 두 나라 중 어느 나라가 핵 분규에 휘말릴 경우 지체 없이 협의하기로 약속하고 있다. 이 조항은 서구·중공에서 미-소의 핵 독점 기도의 명백한 증거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일본의「아사히」신문도 이는 중공과의 분규에 대비해서 마련한 것이 틀림없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설령 소련지도부가 군부 안의 예방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에 대해 미국의 중공지원 가능성을 들어 무마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강경론 자들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에 따르면 소련군 참모진 안의 젊고 활동적인 장교들은 중공을 공격하여 신강성·만주 등 북부 중국지방을 분리. 독립시켜 중립지대로 하자는 주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두 나라의 전면전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중공 측에서 선제공격 할 가능성은 우선적으로 배제해 놓고 생각해 보자. 중공의 현재의 경제·군사력과 기술은 소련에 훨씬 뒤져 소련을 압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 동구의 동요 겁내>
그러나 소련 역시 언제든 중공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북경은「프라하」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소련공군은 중공의 핵 기지를 파괴하고 소련「탱크」가 북경에 진주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하루에 5개 사단 병력의 인구가 불어나는 중공의 수백만「게릴라」들을 압도하고 심장부를 점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소련군의 유일한 보급로인「시베리아」횡단철도는 극소수의「게릴라」병력만으로도 간단히 파괴될 수 있다. 지구적인 인해전술에 소련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양국이 이처럼 팽팽히 맞선 가운데 소련은 극동군 뿐 아니라 현재 동구방면에도 강력한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68년「체코」침공 이래 동구의 소련군 병력은 2배로 증강되었을 뿐 아니라 핵탄두와 전략폭격기는 50%, 대륙간탄도「미사일」도 2배로 늘어났다.
이 현상은 소련이 동구에 직접적정치적 압박감을 주어 동구진영 안의 동요를 미연에 방지, 마음놓고 가장 위험한 적인 중공과의 대결에 임할 태세를 갖추려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리=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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