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였다…풀었다…뒷북치는 카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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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의 영업을 규제하기 바빴던 정부가 이번엔 카드업을 살리기 위한 고단위 처방을 내놓았다. 카드사들은 2조원 규모의 증자 등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정부에 약속했다.

하지만 카드 이용자들은 수수료율이 올라가고 각종 우대 서비스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보게 됐다.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과 정부의 냉탕.온탕 정책의 여파다.

어떤 내용 담았나=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은 17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두형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이번 대책에선 카드사들의 채권(카드채)을 직접 사들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망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8개시중은행장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카드채 매입 등을 통해 카드사에 유동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 이용자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수수료 인상 ▶무이자 할부기간 및 이용기간 단축 ▶부가서비스 축소는 물론 카드사의 빚 독촉도 심해지게 된다.

다만 다중 채무자에 대해 카드 이용한도 축소를 단계적으로 하고, 연체자의 빚을 장기로 전환하는 대환대출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는 정도가 이용자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각종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카드대출의 업무비율을 50% 이내로 줄이도록 했으나, 그 기한을 1년 연장해줬다. 또 부실우려 금융기관 지정의 기준인 적기시정조치가 느슨해져 연체율을 산정할 때 보유자산이 아닌 관리자산(우량 매각자산 포함)으로 하도록 바꿨다.

냉.온탕 카드대책=그동안 카드산업의 운명은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됐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내수를 부양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카드사용 장려책을 적극 펼쳤다. 카드 사용금액의 연말 소득공제, 카드 복권 도입 등 각종 유인책을 동원했다.

물을 만난 카드사들은 회원 확보를 위해 길거리에까지 나서며 카드를 남발했다. 덕분에 카드사들의 매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지난해 경기가 꺾이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신규회원 모집도 한계에 이르자 경영은 급속 악화됐다.

정부는 뒤늦게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을 제어하려 나섰으나 때를 놓쳤고, 이제 다시 지원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부실이 워낙 심해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상 경영궤도에 다시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17일 국고채 금리는 연 5.1%선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지만, 카드채는 여전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거래두절 상태"라고 전했다.

김광기.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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