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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보란 듯 소치 가는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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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 7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제22회 겨울올림픽의 개막식 참석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서구 정상들은 대부분 소치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게다가 중국 국가주석은 지금까지 외국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체육행사에 참석한 선례가 없었다. 시진핑의 소치 방문이 파격으로 불리는 이유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3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국가주석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었다. 올해 첫 순방국으로도 러시아를 택했다. 청궈핑(程國平) 중국외교부 부부장은 “중·러 양국의 우의 실현과 전략적 협력, 소치 올림픽에 대한 지지 표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소치를 방문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선 스포츠 외교를 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표어가 ‘중국의 꿈’과 비슷하며, ‘단결·우의·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이 중국이 주장하는 조화세계 구현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중국이 올림픽을 중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베이징과 장자커우(張家口)를 2022년 제24회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신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직접 나서 중국의 겨울올림픽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다. 이번 방러는 시 주석 취임 이후 첫 단일국 순방이다. 지난해 네 차례 해외 순방은 모두 3~4개국 연쇄 순방이었다. 그만큼 러시아를 배려했다는 의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 국제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때 쓰는 사설 성격인 ‘종성(鐘聲)’에 ‘중국 외교의 새로운 장’이란 칼럼을 실었다. 여기서 “이번 소치 단독 방문은 배구의 스파이크와 같이 ‘혈맥을 찌르는 외교’”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와 지역 문제에서 밀접하게 협력하며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함께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32쪽 분량의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에 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의 모델로 이 같은 중·러 관계를 든다. 즉 중·러 관계와 비슷한 중·미 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중·러 관계는 세계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이자 가장 우호적인 대국관계”라고 말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 강연에서 “신발이 맞고 안 맞고는 신어봐야 알 수 있다”는 ‘신발론’을 내세웠다. 한 나라의 발전 방식은 자국민에게 선택권이 있다며 중국의 인권·소수민족 문제를 간섭하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롼쭝떠(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여러 국가들이 중국을 안심할 수 없는 국가로 여기는데, 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최고지도자가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큰 공공외교를 직접 펼치는 것도 중국을 이해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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