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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키즈' 홍대광, 거리 떠돌았던 5년 … 아픈 청춘을 돌아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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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홍대광

거리에 선 홍대광이 질끈 눈을 감았다. 칼바람이 기타를 퉁기는 맨 손을 할퀴었다. 스물다섯 늦은 나이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길이었다. 무대가 고팠고, 관객이 그리웠으므로 그는 노래했다. 허탕을 치는 날이 더 많았다. 누군가 놓고 간 10원짜리 동전을 주우며 인생도 10원짜리가 된 것 같아 서글프기도 했다. 그렇게 청년은 눈을 꼭 감고 온몸으로 노래하며 20대의 불확실한 터널을 통과했다.

 ‘슈퍼스타K4’를 통해 지난해 가수로 데뷔한 홍대광(29)이 새 앨범 ‘더 실버 라이닝’으로 돌아왔다. 미니앨범 1집 ‘멀어진다’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앨범은 고단한 20대에게 바치는 위안의 멜로디다. 200만 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기적처럼 톱4에 오르기까지 5년간 거리에서 꿈을 키웠던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20일 만난 그는 “제 인생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게 팬들과의 공약이었다”고 했다.

 “20대를 생각하면 그저 한숨이죠. 나약했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랬기 때문에 지금 어떤 역경이 와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야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게 된 거죠.”

 타이틀곡 ‘답이 없었어’를 포함해 앨범 전반엔 사랑도 삶도 답을 찾기 힘든 20대의 무력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구름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햇살, ‘더 실버 라이닝’처럼 희망은 숨어있다. 자작곡 ‘스물다섯’의 가사는 이렇다. ‘끝을 알 수 없던 복잡한 터널 속에 갇혀 헤매던 나 (…) 한 줌에 사라져버린, 흐르듯 지나가버린 날 다시 찾고 싶어.’

 홍대광은 이번 앨범의 컨셉트가 “외로운 도시 남자가 발라주는 빨간약”이자 “심장이 맞닿는 포옹”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음색은 더 따뜻해졌다. 그는 “소리를 저음 쪽으로 유도해 고음에도 밑이 풍성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도 여전하다. ‘슈퍼스타K’ 출연 당시 팬들은 그의 별명은 제2의 김광석이었다. 그에게 김광석은 일종의 지침서다.

 “군대 가기 전에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노래에 감정을 실으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했죠. 군대 첫 월급으로 선배님의 앨범을 사서 반복해 들었어요.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슬프면서도 살포시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이 좋아요. 저도 그런 얼굴로 노래하고 싶거든요.”

 지난해엔 가수 박학기·동물원·한동준 등과 함께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에 참여해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다. 김광석 탄생 50주년인 22일에 새 음원이 출시되는 것도 우연만은 아닌 듯싶다. 올해는 자신이 김광석에게 받았던 감동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노래로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저는 팬들에게 늘 ‘오래 살자’고 얘기해요. 20대 때 그랬던 것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더디지만 끈기있게 올라갈 거니까 오래 살아야 해요.”(웃음)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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