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리고 디자인 바꾼 K9, 부활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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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비운의 차’로 남을 뻔했던 기아자동차의 최고급차 ‘K9’(사진)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대를 낮추고 차량의 등급을 조정하면서 계약 대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기아차에 따르면 K9은 지난 9일 2014년형이 출시된 이후 최근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에 계약 건수가 300대를 넘어 400대에 근접하고 있다. 기존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 추세다. K9은 지난 1년 동안 월평균 419대가 팔렸고 지난해 12월에는 판매량이 222대에 그쳤다.

 2012년 K9이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이 차에 쏠린 관심은 컸다. 현대차의 에쿠스에 필적할 만한 기아차의 최고급 모델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신차 발표회에 직접 참석한 데 이어 이 차를 자신의 ‘애마’로 삼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월 2000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출시 첫 해 8개월간 7599대가 팔리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5029대로 더 떨어졌다. 수입차는 물론, 에쿠스(1만2733대)와 제네시스(1만2147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급이라는 애매한 위치와 비싼 가격(5166만~8436만원), 최고급 세단으로는 다소 파격적이었던 전면부 디자인 등이 판매량 부진의 요인으로 꼽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들도 “차는 정말 좋은데…”라며 K9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던 K9이 올 들어 갑자기 부활 조짐을 보인 배경에는 과감한 전략 수정이 있었다. 기아차는 2014년형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4990만~7830만원으로 과감하게 낮췄다. 에쿠스(6798만~1억1260만원)의 지위를 넘보던 차량을 제네시스(4660만~7210만원)에 더 가까운 등급의 차량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면부 디자인을 좀 더 중후한 형태로 바꾼 데 대해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한 달에 700대 이상은 팔릴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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