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숙정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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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0일로써 공무원 숙정 작업이 일단락 되었다. 심 총무처장관은 이날 공무원 3백31명, 국영기업체임·직원 2백96명 등 계6백27명을 의원 면직하거나 직위 해제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각 부처 장관의 책임 아래 계속 부하 직원의 비위 사실을 적발, 정리할 방침임을 천명하여 공무원들의 숙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이번 공무원의 숙정 작업은 그 규모가 광범하고 상당한 시일을 끌었기 때문에 보도도 많이 되었고, 국민들의 관심도도 매우 높았다.
서정 쇄신의 일종으로 단행된 이번 숙정 작업은 특히 국세청 관하에서 1백13명이라는 무더기 해임이 단행되는 등 상상 이외로 광범위한 숙정 사업이 진행되었다. 어쨌든 이로써 분에 넘치는 생활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공무원 일부가 숙정된 셈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개별적인 비위 적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이번 숙정 작업은 각부처장관의 책임 아래 은밀히 이루어진 것이므로 중간 관리층에 치우친 감이 불무할 뿐더러 개중에는 간혹 억울하게 면직 당한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아 있는 사람이라 해서 과연·숙정된 사람보다 전적으로 깨끗하다고는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숙정된 공무원들이 불평을 가지지 않도록 숙정된 사람보다 더 부패한 사람은 계속적으로 숙정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숙정 작업은 부득이 의원 면직이라는 변칙적 방법을 취했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 보장의 원칙과는 역행되는 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점 앞으로의 공무원 숙정은 반드시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와 형사 처벌을 행함으로써 공무원 법상의 신분 보장 제도가 흔들리는 일이 있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무원들의 부정 부패는 원천적으로는 월급이 최저 생계비에도 미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무원 부정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서는 공무원의 봉급을 인상하여 적어도 최저 생계비는 확보해 줌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봉급은 2월부터 10%∼45% 상향조정되었으나 이것은 작년의 물가 상승율에 미달하는 것이며, 정부가 산출한 도시 생계비에도 미달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공무원들의 봉급을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최저 생계비 수준 이상으로 인상하고, 그 뒤에는「인플레」에 따르는 실질임금의 하락을 막기 위한 조정 대책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이 실질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봉급을 받으면서 부정 부패 없이 청렴결백하게만 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그들의 봉급이 생계비 이하인 경우 좋은 자리에 있는 동안에 한밑천 잡아 노후의 안정과 가족의 장래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무원들의 최저 생계비를 우선 보장해 준다는 전제하에 부정 부패를 원천적으로 막는 획기적인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봉급을 인상키 위하여서는 정부의 업무량을 과감히 축소하는 한편, 필요없는 공무원을 대폭 줄임으로써 유능한 공무원은 겸직이나 초과 근무를 시켜 근로기준법에 따른 초과 근무 수당 등을 지급하는 등 방법으로 생활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의 봉급을 현실화한 뒤 그러고도 부정하는 공무원이 있는 경우에는 필벌하여 다시는 공무원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이번 대규모 숙정이 공무원의 권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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