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남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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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항구에서 살아야 좋을 사람이
서울에서
무거운 외투만 입는다.
하얀 눈을
서투르게 맞으며
신춘이란 게 가 버리길 바란다.
아줌마의 꽃다발 손보다,
내밀한 그 속삭임의 예절보다
뱃고동 소리에
둥글게 퍼져나가는
바닷가의 막사 발, 그 햇빛!
갈매기 아래의 음식이 그립다!
매끄러운 떼가 희게 빤들거리는
계단에서
당신을 조심스레 만나는 일보다,
그저 옷이라도 자유롭게 입어야지.
자유의 바람을 맞아야지.
눈을 맞으며,
도심 쪽으로 하얗게 웃으며,
기울이는 몸짓과
창백한 언어를 떠나,
저렇게 잿빛 폐선
여러 해 가로누운 초록바다 그 물결에
감도는 눈물을 만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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