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 외환 그리고 재정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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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화량을 어느 선에서 규제하는 것이 새로운 수준에서의 안정을 회복시키는데 필요한 것이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재정·금융·외환측면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인가.
1월중 재정수지적자는 무려 9백13억원에 이르러 정부는 금융대금을 추가로 1백78억 원이나 동결, 결국 8백억 원이 묶여 있다.
근자 통화량증가율이 너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적절히 억제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물가현실화조치로 그렇지 않아도 충격이 일고 있는 물가정세에 부채질을 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통화량증가를 막기 위해서 유동성을 규제해야함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이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초점은 통화량이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원천을 조정함으로써 근원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원천을 그대로 놓아둔 채, 결과적으로 늘어난 유동성만 규제하려는 데 있다.
재정이나 외환 측에서 유동성이 급속히 공급되고 그 대가로 금융대금이 동결되어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내수산업·중소기업 등 경기에 가장 약한 부문만이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량부족과「인플레」가 병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기업과 직결되는 해외부문에만 유동성이 초과 공급되는 모순을 적절히 조정해서 여타부문에 대한 압력을 완화 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또 물량부족과「인플레」속에서 재정이 계속 방만하게 운영되어 통화증발의 큰 원인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절약을 촉구하는 정부로서는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소비자, 기업, 그리고 정부가 엄청난 「인플레」압력을 함께 분담해서 흡수해야 한다고 호소한 정부 스스로가「인플레」를 촉진시키는 재정적자를 확대해 나간다면 어찌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정책의 신뢰성이 보증되지 않고서는 국민과 기업의 협조를 얻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재정이야말로 솔선 긴축을 시범해야할 것이 아닌가.
또 지금처럼 재정과 외환 면에서 유동성이 계속 공급된다면 양성화되고 있는 물가압력과 통화량이 상승작용을 하게 되어 새로운 가격체계 하에서의 안정을 위한 수감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일 새로운 수준에서의 안정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결국 수출경쟁력은 급속히 후퇴하게 될 것이며, 환율조정압력을 가중시키는 보다 큰 문제점을 낳게 하고야말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물가·통화량, 그리고 환율사이의 관계는 불가분리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양성화하면서 통화량을 계속 연율 35%수준이나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다. 물가가 오르면 그 거래에 필요한 통화를 어느 정도 공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니 통화를 필요한 대로 추가 공급해야 한다면 추가로 공급된 구매력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다시 거래를 위한 통화수요는 늘어난다. 이러한 악순환을 정책적으로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통화금융정책의 소임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통화량은 기계적으로 물가상승률「플러스」GNP성장률의 범위 내에서 공급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할 것이다.
물가현실화·통화량, 그리고 환율간에 얽혀있는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높은 차원에서 재검토해서 악순 류 과정을 단절시키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시급히 찾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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