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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라 중국 집값, 금융권은 살얼음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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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부동산 거품 위험이 한층 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신규 주택 투자액이 6조8000억 위안(약 1195조원)을 기록했다고 20일 발표했다. 2012년보다 27%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1조1000억 달러를 웃돈다. 한국의 한 해 무역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경제 규모에 빗대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 외환보유액(3조8000억 달러)이나 연간 무역액(4조2000억 달러) 4분의 1에 달하는 돈이 불과 1년 새 부동산 시장에 새로 유입된 셈이다.

 그만큼 부동산 값도 치솟았다. 중국 국가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저우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0.1% 올랐다. 상하이(18.2%), 베이징(16.0%)도 상황은 같다. 중국의 부동산 열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 규모는 커져가지만 돈을 불릴 만한 투자처는 마땅찮다. 주식 투자는 위험 부담이 아직 크고 예금은 정부가 금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다. 부동산에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산층의 부상에 따라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급 주택에 대한 투자 열풍까지 분 탓”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인 점도 부동산 과열에 한몫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3년에 걸쳐 추진한 부동산 정책에서 더 나아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양도소득세 20% 부과,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을 추진했지만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시장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경제는 예전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하는데 부동산 시장만 덩치를 급격히 키워가는 데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빚이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인 ‘그림자 금융’과도 연결된다. 중국 금융당국에서 그림자 금융 규제를 하겠다고 최근 나섰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숙 기자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ing)=은행이 아닌 제2·3금융권에서 돈을 조달하는 것. 정부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그림자 금융 상당부분이 사실상 국영은행의 지급보증에 의해 이뤄져 그림자 금융 부실이 국영은행 부실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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