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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자원민족주의」선풍|석유파동이후 아아·남미 제국에 새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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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유의 가격인상에 자극을 받은 동·「보크사이트」·철광석 등 주요 1차 산 품의 생산국들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같은「카르텔」을 형성할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중남미 제국에서는「파나마」운하의「파나마」화를 비롯, 미국계 기업의 국유화 등 자원「내셔널리즘」의 선풍이 일고 있어 선진공업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보크사이트」의 생산국인「기니」가 얼마 전「보크사이트」의 대폭적 가격인상을 주장하고 「자이르」의「모부투」대통령도「아프리카」의 천연자원보호 및 가격인상투쟁을 위한 공동전선 결성의 필요성을 역설한데 이어 동남아의「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필리핀」등이 OPEC제국에서 석유「파워」를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공시가격 제를 채택, 가격인상에 공동전선을 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자원「파워」의 행사에 따른 충격이 석유 못지 않게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파나마」는「파나마」운하에 대한 주권유보기한을 실정, 그 후부터 운하에 대한 행정권을 점차「파나마」에 이양한다는 원칙에 합의,「키신저」미 국무장관이 7일 이 문제에 대한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파나마」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30일「페루」정부는 단하나 남아있는 미국계의「세로·데·파스코」동 회사를 국유화함으로써 68년 이후「벨라스크」대통령이 실시해 온 민족주의적 개혁을 일단 매듭지었다.
「페루」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산 동국인「칠레」에서는 지난해 9월「쿠데타」후 신군사 정권이「아옌데」정권시대에 국유화했던 미국계 기업의 반환을 결정, 대미협조 태세에 돌아갔지만「칠레」수출액의 80%를 차지하는 동을 캐내고 있는 미국계 5대 동광에 대한 국유화는 계속할 방침을 굳히고있어 주요자원을 둘러싼 민족주의의 심화 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자원「내셔널리즘」은「브라질」의「코피」나「아르헨티나」「페루」「브라질」 등이 해양자원확보를 위해 2백 해리의 영해를 주장하고 있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브라질」의 경우, 지난해에 이미『74년6월까지「코피」수출을 대폭 줄여 국제시장가격을 13%이상 인상할 방침』이라고 세계「코피」시장에 폭탄선언을 한바 있으며「아르헨티나」등 새나라는 연안 2백 해리 안에서의 외국어선 어로작업을 벌써부터 금하고 있어 충돌을 빚고 있다.
특히「베네쉘라」「에콰도르」등 산유국은 원유가격을 5배 가까이 나 인상했을 뿐 아니라 「베네쉘라」의 경우 오는 3월「페레스」차기대통령이 취임하면 현재 이 나라 원유의 85%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계「메이저」의 산유 시설 전부를 국유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및 중남미 국가들이 자국자원 보호와 가격인상, 국유화 등을 강력히 추구하고있고 결속강화를 다짐하고 있는 형편이라 선진공업국들로서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치열한 원자재 획득경쟁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서로간의 국가이익 때문에 전망이 낙관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속을 다지는 자원보유국가들 자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기니」「자이르」등「아프리카」제국이 OPEC와 같은「카르텔」을 구성하기에는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시기상조의 감이 짙으며 중남미의 경우도 이 지역에서의 미국영향력 때문에 성급한 조치는 불가능할 것 같다.
종래 중남미 제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뒷마당」에 불과한 존재며 수출입 양면에서 미국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들로서는 미국의 경제적 압력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써 확실한 것은 올 들어 선진공업국들이「아프리카」현지 정부와의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중동문제로 동분서주하고 있는「키신저」국무장관을 오는 2월 하순「멕시코」에서 열릴 OAS(미주기구) 외상회의에 파견, 새로운 대중남미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일단 관계악화에「브레이크」를 걸어놓고 있어 가까운 시일 안에 사태의 급변은 없다 하겠으나 자원전쟁의 장래를 예측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주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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